산업부 핵폐기장 공식화…여야·한수원 승인작업 펌프질
- 6곳 사용후핵연료 저장 포화도 85.9%
- 2~4호기 계속 운전 땐 예상보다 빨라져
- 의원 ‘고준위 폐기물 특별법’ 3건 발의
- 한수원 이사회, 건식시설 의결 눈치전
- 영구저장시설 확보는 최소 36년 걸려
- 부·울 ‘패싱’… 환경단체 등 반발 예상
산업통상자원부가 ‘고리원전 내 핵폐기물 임시 저장시설 설치’를 위한 구체적 실행 계획(설계 발주)을 27일 공식화하면서 부산 울산 등 원전 소재 지역은 물론 전국 환경·탈핵단체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현 정부의 ‘탈원전 폐기’ 정책에 보조를 맞추려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의 관련 법 추진도 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여야·한수원 ‘핵폐기장’ 올인
고리원전 핵폐기장화 논란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후 부산 울산 탈핵단체를 중심으로 거센 후폭풍이 일었다. 제3의 지역에 고준위 핵폐기물 영구 처분장을 완공하기 전까지 고리원전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을 해당 원전 부지 내에 저장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특히 법안 발의 시점부터 표면화돼 지난해 12월 27일 의결된 문재인 정부의 ‘제2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2차 기본계획)’도 원전 부지 내 핵폐기물 저장 시설 설치를 명문화했다. 2차 기본계획에는 영구 처분시설을 확보하기 전까지 고리원전 핵폐기물을 부지 내에 임시로 저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영구 처분시설은 부지 선정 절차를 시작한 이후 37년 이내에 짓기로 했다.
한수원도 마찬가지다. ‘고리 사용후핵연료 건식 저장시설 건설 기본계획(안)’을 마련한 뒤 이사회 상정을 시도했다. 애초 지난 10월 이사회에 올려 처리하려고 했지만 사외이사들의 반대와 시민단체의 반발로 연기된 바 있다. 하지만 한수원 황주호 사장이 이미 임시 저장시설 설치 방침을 공식화한 상황이어서 향후 이사회 상정 및 의결은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한수원은 정치권 출신의 원전 비전문가들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결국 2차 기본계획이 이미 의결된 상황에서 여야가 각각 발의한 3개 특별법과 한수원의 안건이 한꺼번에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탈핵부산시민연대 김현욱 집행위원은 “특별법 3개가 모두 통과되지 않아도 한수원이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을 의결하면 그것(특별법 통과 여부)과 상관없이 고리원전에 임시 저장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김성환 의원과 면담을 갖고 ‘특별법을 통과시키면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영구시설 확보 사실상 불가능”
산업부가 설계 발주 계획을 공식화한 것은 이런 상황과 연관돼 있다. 한수원의 이사회 의결과 정치권의 특별법 통과 가능성을 고려해 실행 계획을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산업부와 한수원 등이 계획을 강행하는 것은 사용후핵연료 포화 문제 때문이다. 앞서 무소속 박완주 의원이 지난 10월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고리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포화도는 지난 6월 기준 ▷1호기 100% ▷2호기 93.6% ▷3호기 95.7% ▷4호기 93.7% 등으로 파악됐다. 신고리 1호기(63.9%)와 신고리 2호기(68.5%)까지 포함한 한수원 고리원전본부 전체 저장 포화도는 85.9%에 달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폐기 정책에 따라 고리 2~4호기의 계속 운전이 현실화하면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기는 애초 예상했던 2031년보다 앞당겨질 게 확실시된다.
현재 산업부는 “고리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은 영구 방폐장이 아닌 한시적인 시설이며 세계적으로도 안전성이 검증됐다”고 장담한다. 특히 37년 이내에 영구 처분시설을 마련하면 고리원전에 임시로 저장되는 핵폐기물은 옮겨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산업부의 이런 계획은 실현 불가능에 가깝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영구 저장시설 확보 문제는 1978년 고리원전 1호기 가동 이후 40년 넘게 해결하지 못한 난제다. 박근혜 정부 때 마련된 ‘제1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서도 영구 저장시설 확보 시기는 ‘향후 36년’으로 제시됐지만 지금까지 중간 저장시설 부지도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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