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노조 때리기가 노동 개혁이냐?

기자 2022. 12. 2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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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노동조합(노조) 때리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노조 부패를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척결해야 할 3대 부패의 하나로 몰아붙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노조의 재정 투명성’을 언급하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노조 깜깜이회계 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건설노조 비리가 건설단가와 분양가 상승 원인이라고 했다. 정부와 여당은 한결같이 노조를 회계 도둑으로 만든다. 노조 때리기가 노동 개혁이라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엄치용 미국 코넬대 연구원

노조는 조합원의 고용조건에 대해 경영진과 교섭하고, 노동 처우개선을 위해 정부에 압력을 가하며, 파업 등의 쟁의를 통한 불평등 시정을 위해 존재한다. 운영비는 조합원 가맹비로 충당하며, 보조금이나 위탁사업비는 중앙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지원받는다. 조합원이 낸 돈의 회계를 국가가 보겠다니, 동창회비와 동호회비 회계도 보겠다고 할 판이다.

노조조직률은 노동자가 고용주와의 협상에서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지표이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노조 가입 임금노동자는 2020년 기준 14.2%에 불과하다. 핀란드나 덴마크의 조직률은 58%를 넘는다. 노조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단체협약의 결과를 적용받는 노동자의 비율을 의미하는 단체협약적용률은 OECD 회원국 중 거의 최하위다. 10% 미만의 낮은 노조조직률을 보이는 프랑스는 단체협약적용률이 90%를 넘는다. 한국은 조직된 노동자 외에는 단체협약이 적용되지 않는다. 참 노동 개혁은 노조조직률을 높이거나, 단체협약적용률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노동권 향상을 목적으로 1919년에 설립되어, 현재 187개 회원국이 있다. 대한민국은 1991년에 152번째 회원국이 되어, ILO의 노동기준 규율을 준수해야 하는 국가가 되었다. ILO 핵심협약 4개 조항(29호·87호·98호·105호)은 강제노동 금지와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이다. 단결권의 확대가 자본가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주장했던 재벌들의 반대로 30년 가까이 표류하다, 마침내 2021년 2월26일, 국회는 ILO 협약 29호·87호·98호를 비준했다.

‘강제노동 협약’인 29호는 의무적 군 복무 등 다섯 항목을 제외하고, 불법적 강제노동을 강요할 수 없게 한 것으로 1930년 채택되었다.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 87호는 1948년에 채택되었다. 공공기관은 이 권리를 제한하거나, 합법적인 행사를 방해하고자 하는 어떠한 간섭도 중단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98호는 ‘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에 관한 내용으로, 단결권을 행사 중인 노동자에 대한 보호, 노동자 단체와 사용자단체 간의 상호 불간섭, 자발적인 단체교섭 추진을 목적으로 한다.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것에 사용자가 해서는 안 될 부당행위가 어떤 것인지를 규정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와 민주노총, 국제운수노련 등 국내외 노동단체들은 단결권을 행사하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정부가 파업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업무개시명령’ 조치와 형사처벌 위협, 그리고 대체 수송 및 인력을 이용한 단결권 제한을 한 조치들에 대해 ILO에 한국 정부를 제소하였다. ILO 협약 87호 및 98호 위반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요구다.

‘안전운임제’ 연장은 도로에서 죽기 싫다는 화물노동자의 간절한 바람이다. 정부가 노동 개혁의 의지를 펼치려거든 ILO 105호 협약 비준을 검토하길 바란다. 105호는 정치적 강압이나 사상적 견해 반대로 강제노동을 시킬 수 없고, 경제발전을 위해 노동을 동원할 수 없는 등 다섯 가지의 강제 노동을 금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비준했다. 105호가 비준되면 화물연대 파업이 국가 경제 위기를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내린 업무개시명령도 협약 위반이다.

엄치용 미국 코넬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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