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의 재결합, 새해에도 이어지길[김학선의 음악이 있는 순간]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2022. 12. 2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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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저녁, 홍익대 앞 한 공연장에 들뜬 표정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밴드 이름엔 다정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이모(aunt)'를 넣었다.

송골매의 재결성 공연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는 단순히 한 밴드의 재결성이란 의미만은 아니었다.

밴드의 해체와 관련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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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마이 앤트 메리 ‘공항 가는 길’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23일 저녁, 홍익대 앞 한 공연장에 들뜬 표정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들이 들뜬 건 성탄절이 다가와서만은 아니었다. 오랜만에 마이 앤트 메리의 공연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송골매만큼의 화제는 아니었지만 한국 인디 1세대라 할 수 있는 마이 앤트 메리의 재결성도 올해 음악 팬들에겐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었다.

대중에게 친숙한 이름은 아니었어도 마이 앤트 메리는 활동하는 기간에 작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들은 데뷔하던 순간부터 ‘Just Pop’이란 말을 밴드의 모토로 내세웠다. 인디 초창기 대부분의 밴드가 세상에 대해 분노하거나 상처에 대해 아파하고 있을 때 마이 앤트 메리는 ‘우리의 음악은 그저 팝’이라 말하며 듣기 편하고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음악을 지향했다. 밴드 이름엔 다정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이모(aunt)’를 넣었다.

동시대에 활동을 시작한 델리 스파이스나 언니네 이발관처럼 처음부터 인기를 얻은 건 아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이 앤트 메리를 좋아하는 팬이 늘어갔다. 노래 하나가 피로해소제 광고 음악으로 쓰이기도 했고, 자신들의 모토를 앨범 제목으로 한 3집 ‘Just Pop’으로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앨범’ 상을 받기도 했다. 음악적으로도 대중적으로도 점차 인정받으며 의미 있는 활동을 이어가다 5집을 끝으로 활동을 멈추었다. 2010년대 이후 마이 앤트 메리의 이름은 잊혀갔다.

10여 년 만에 마이 앤트 메리의 공연을 볼 수 있게 된 오랜 팬들의 기분이 들뜨는 건 당연했다. 송골매의 재결성 공연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는 단순히 한 밴드의 재결성이란 의미만은 아니었다. 그 밴드들의 활동이 어느새 역사가 되었고, 그 시간 동안 함께 추억을 나눌 수 있는 팬들이 생겨난 것이다.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은 한 인터뷰에서 “특별히 신선한 충격이나 앞으로 ‘어떤 것’의 제시는 후배들 몫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남은 역할은 청중과 음악가 간의 사랑을 확인시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마이 앤트 메리도 그 사랑을 확인시켜 주었다.

마이 앤트 메리의 리더 정순용은 공연 도중 “돌아보니 아무것도 아닌 일을 그땐 왜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밴드의 해체와 관련한 말이었다. 밴드의 두 축인 정순용과 한진영은 오랜 친구 사이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긴 세월을 함께하며 생각도 달라졌고 서운한 것도 생기며 관계는 소원해졌다.

그리고 그 ‘아무것도 아닌 일’에 대한 마음을 털고 이들은 정말 오랜만에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이렇게 연말을 맞아 적조해진 친구와 연락을 했으면 하는 마음, 새해엔 마이 앤트 메리 재결성 같은 반가운 소식을 더 많이 봤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2022년의 마지막 칼럼으로 마이 앤트 메리의 노래를 골랐다. 이들의 대표곡 ‘공항 가는 길’은 유학 가는 친구를 배웅하며 만든 노래다. 가사처럼 오랜 친구들과 “어릴 적 얘기하며 우리 또다시 만”날 수 있는 새해를 바란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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