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해를 향해 가는 마음
새해가 다가온다. 이맘때면, ‘해넘이와 해맞이’ 명소가 들썩인다. 매일같이 뜨고 지는 해이건만 연말과 연초 ‘해를 향하는 마음’은 사뭇 다르다. 한 해 마지막 지는 해에 다사다난한 일을 실어 보내고, 새해 첫날 일출을 바라보면서는 희망 찬 새해를 다짐한다. 그렇다 보니 해넘이와 해맞이를 한다는 것은,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의식과도 같다.
해가 뜨고 지는 방향에 따라 마음이 가서인지, 대부분 해맞이를 위해서는 동쪽으로 해넘이를 위해서는 서쪽으로 향한다. 서해안 해넘이 명소인 부안의 솔섬과 태안 안면도 꽃지해변은 작은 섬과 어우러지는 낙조의 향연이 아름답다. 그 빛이 바다에 스며들어 어둠과 이어지는 여운도 장엄하다. ‘잘 가라’ 한 해를 보내며 곰삭은 소망도 차오르게 하는 곳이다.
새해 일출 명소로는 강릉 정동진, 포항 호미곶, 울산 간절곶 등 동해안에서 지리산 천왕봉, 성산 일출봉 등 산 정상까지 다양하다. 남해 보리암과 여수 향일암(向日庵)도 해맞이가 유명한데, 최근에 명승으로 지정된 향일암에 다녀왔다.
이름마저 ‘해를 향하는 암자’인 향일암은, 남해 수평선 위로 솟는 해돋이가 아름답다. 금오산 벼랑에 자리한 향일암으로 가기 위해서는 가파른 길에 수없이 이어지는 돌계단과 석문들을 지나야 한다. 자연이 만든 좁은 바위 틈 사이 석문의 이름도 모든 번뇌와 집착을 벗어 던지고 들어가라는 ‘해탈문’이다.
석문을 지나면, 남해가 수려하게 펼쳐지는 풍경을 선물처럼 만날 수 있다. 남해 수평선에서 솟구치는 향일암의 일출은 박두진 시인의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란 시구와도 잘 어울린다. 몇 년 전, 방탄소년단 김남준(RM)이 향일암에 다녀가면서 외국인도 많이 찾는 곳이 되었다.
곧 해맞이와 해넘이 명소에 새해 희망을 품은 마음과 발길이 이어질 것이다. 미리 찾아 한 해를 돌아보니, 잔잔한 기쁨도 서글프고 아쉬운 일도 많았다. 풀지 못한 숙제처럼 남아 있는 다짐도 있지만, 한 해를 기억하고 잘 보낸다. 그리고 새해 모두의 안녕을 햇살처럼 따스한 마음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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