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 모자라니, 1차 합격자 2배 늘려 ‘지원’ 맡긴다는데
정부가 공인회계사 시험 1차 합격자를 현행보다 2배 이상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최종 합격자 수의 2배 정도를 합격시키는데 4~5배로 늘린다는 겁니다. 2000명 정도에서 4000~5000명으로 대폭 늘리는 거죠.
최종 합격자 숫자는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럼 왜? 라는 생각이 드시죠. 괜히 합격할 수 있다는 ‘희망 고문’을 하려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공인회계사 1차 시험에 합격할 정도의 회계·감사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 증명된 구직자들이 채용 시장에 많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일종의 ‘자격증’처럼 통용되도록 한다는 겁니다. 일반 기업 등에서 ‘회계업무 지원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런 방안은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회계사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궁여지책인 모양입니다. 2018년 신(新)외부감사법 도입 이후 중소 회계법인의 회계사 구인난이 심각해지고, 기업들은 회계를 좀 아는 직원이 필요한데 회계사들은 찾아보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올해 ‘빅4′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에서 채용한 회계사가 1340명으로, 회계사 시험 최종 합격자 수인 1237명보다 많은 기현상이 벌어질 정도입니다. 대형 회계법인이 회계사들을 싹쓸이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고 합격자 수를 늘린다면 나중에 다시 줄이기 어려운 점도 있어 1차 합격자를 늘려 채용 시장에 공급하는 방안을 생각하게 된 겁니다.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새로운 ‘스펙’이 생기는 것이고, 회계사들은 일손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언발에 오줌누기식 미봉책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신선한 발상이기도 합니다. 다만, 국가 공인 자격증의 제도 변경인만큼 정교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기 바랍니다. 회계사들은 달갑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최종 합격자 수를 더 늘리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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