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코로나 터널 끝, 중국의 미지수
2019년 12월31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처음 보고됐다. 이듬해 2월 WHO가 코로나19(COVID-19)라는 공식 명칭을 정하기 전까지 이 원인 불명의 질병은 주로 ‘우한 폐렴’으로 불렸다. 우한 폐렴이 처음 보고된 지 거의 정확히 3년이 흘렀다. 지난 3년은 혼돈과 혼란의 시간이었다. 2020년 3월 WHO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할 때만 해도 전 세계가 이렇게 오랜 시간 팬데믹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중국은 지난 3년 코로나19의 중심에 있었다. 팬데믹의 ‘원죄’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방역 정책을 취했고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사실상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하며 때이른 축포를 터트렸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2020년 말 델타 변이에 이어 지난해 오미크론 변이가 출현하자 중국의 방역통제 정책은 더욱 강력해졌다. 국경을 꼭꼭 걸어잠갔음에도 상하이에서 오미크론이 확산하자 2500만명이 사는 도시 전체를 두 달 동안 봉쇄했던 게 불과 반년 전 일이다. 올 한 해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도시 봉쇄가 곳곳에서 이어지면서 극심한 혼란이 지속됐다. 급기야 지난달 말 봉쇄 위주의 강력한 방역 정책에 항의하는 대규모 ‘백지 시위’가 벌어지면서 중국 방역 정책에도 전환점이 찾아왔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26일 공고를 통해 코로나19의 공식 명칭을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폐렴’에서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거의 3년 만에 ‘폐렴’이라는 단어가 빠지게 된 것이다. 코로나19가 더 이상 중증 폐렴 등을 유발하는 심각한 질병이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 방역당국은 동시에 다음달 8일부터 코로나19에 대한 감염병 관리 수준을 최고 등급인 ‘갑(甲)’류에서 ‘을(乙)’류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는 중국 국가위생검역법에 따른 감염병 검역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현재 해외 입국자에게 적용하고 있는 시설격리 지침 등을 폐지함으로써 3년 만에 국경 재개방에 나서는 것이다.
중국은 이번 조치로 비로소 코로나19의 긴 터널 끝에 서게 됐다. 하지만 그 터널의 끝에서 어떤 결과를 맞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중국은 이달 초 방역 완화 조치 이후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염자 통계 발표를 중단했다. 더 이상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 규모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됐고, 일각에서는 중국의 대규모 감염이 새로운 변이의 출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당분간 중국 내 혼란도 불가피하다. 3년 전 우한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이 처음 보고됐을 때처럼 전 세계가 다시 한번 불안한 시선으로 중국을 지켜보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관련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팬데믹의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위드 코로나’와 국경 재개방의 길에 들어선 지금 중국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투명한 정보 공개가 그 출발점이다. 2023년, 부디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긴 암흑의 터널에서 함께 벗어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해본다.
이종섭 베이징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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