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무엇인가, 왜 읽어야 하는가… 세계 문학 바다로 이끌다
‘문학의 죽음에 대한 소문과 진실’
美·러 등 세계 근대문학과 주요 사조 소개
‘귀족을 대중에게 팔아넘긴’ 발자크 등
주요 작품·저자 대한 해설은 ‘촌철살인’
문학사에 얽힌 정치 경제사까지 풀어줘
‘세계문학 읽기’
많은 다양한 작품 진득하게 꼼꼼히 읽기
다른 문화권 작품과 비교 읽기 등 강조
“세계를 껴안고 세계로 나아가는 전략”
“그 책을 읽는 사람은 부패하거나 타락할 위험이 있다 하더라도… 그 책을 출판함으로써 과학, 문학, 예술, 학문 및 기타 대상의 이익에 봉사한다는 의미에서 공공의 이익을 증진한다는 것이 증명될 수 있다면 처벌이나 규제를 받지 않는다.”
소설 ‘채털리 부인의 연인’은 성불구자인 남편 클리퍼드 채털리의 곁을 지키는 스물일곱의 아내 코니가 사냥터지기 멜러즈와 성행위를 동반한 사랑을 나누고, 결국 남편과의 이혼을 감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작품 속에 담긴 성애 장면은 지금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당시로선 파격적이었다.
“흔들거리는 그녀의 양 젖가슴이 꿈틀거리며 꼿꼿이 선 남근의 귀두에 닿으면서, 귀두로부터 축축한 물방울 같은 것이 묻어 나왔다. 그녀는 사내를 꼭 껴안았다. ‘누워요.’ 그가 말했다. ‘어서! 들어가야겠소!’”
책에 따르면, 문학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원래 지배층의 소유물이었고, 문학의 언어 역시 지배층의 진지한 언어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독서 대중이 등장,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픽션’이라는 말은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에 들어서 ‘날조된 이야기’라는 부정적인 의미에서 ‘창조적인 상상력’이나 ‘삶에 대한 통찰’ 등 긍정적으로 바뀌어 갔고, 언어 역시 귀족이 아닌 대중이나 중하층 언어로 바뀌었다.
러시아 문학을 다루면서 ‘건강한 톨스토이’에 비해 “병적인 느낌을 준다”며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세계를 분석하는 대목은 또 어떤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에서는 언제나 ‘비범인의 자유’가 핵심 주제이다. 그것은 스탕달이 모범으로 삼았던 나폴레옹의 경우와 다를 바 없었다. 좋게 보면 하층민 출신이라 해도 뛰어난 능력으로 황제까지도 넘볼 수 있는 혁명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지만, 지나치게 일반화될 경우 무정부주의 상태와 같은 혼란과 파국으로 가는 길이다. 이 문제에 대한 질문과 대답은 ‘죄와 벌’에서도 다뤄졌지만, 최고 결정판은 미완의 마지막 작품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한 장인 ‘대심문관’에서 찾을 수 있다.”(162쪽)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론은 풍경을 멀리서 바라보듯 특정 패러다임을 통해 거시적으로 읽어내려는 ‘멀리서 읽기’나 ‘대략적인 얼개를 파악하는 법’을 주창한 프랑코 모레티와 대척점에 선다. 즉, 최대한 다양한 작품을 미련할 정도로 진득하게 읽어 나가는 ‘경험론적 꼼꼼히 읽기’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다만, 저자는 많은 세계 문학 텍스트를 폭넓게 읽기 위해선 ‘비교’와 ‘참조’라는 나침반을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즉, 새로운 작품을 읽을 때는 앞서 읽었던 작품이나 다른 문화권의 작품과 비교 대비를 통해 시대를 가로지르고, 문화를 가로질러 읽어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죄의식’과 ‘보는 행위’ 모티프에 주목해 고대 그리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과 중세 인도 칼리다사의 ‘샤쿤탈라’를 비교 분석하기도 한다.
“‘오이디푸스 왕’과 ‘샤쿤탈라’는 수많은 신과 여신이 인간사에 개입한다고 믿었던 고대 다신교 사회의 산물이다. ‘오이디푸스 왕’과 ‘샤쿤탈라’를 함께 읽는 것은 소포클레스와 칼리다사가 오늘날의 대다수 극작가와 얼마나 다른 가정 아래 작업했는지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154쪽)
저자는 이 밖에도 작가들이 작품 속 인물을 해외에 내보내 더 넓은 세계를 탐험하는 방식도 살펴보고, 외국인의 침략으로 변화한 모국 풍경을 담아내는 원주민 작가들의 작품을 탐구하기도 한다. 작가들이 ‘탈지역화한 글쓰기’나 ‘글로컬적 글쓰기’ 등의 방법으로 세계의 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고안한 방식도 검토한다.
다양한 세계 문학 읽기 방법을 이야기하는 사이, 고대 수메르의 ‘길가메시 서사시’부터 고대 그리스의 호메로스와 소포클레스, 중세 인도의 칼리다사, 헤이안 시대 무라사키 시키부를 거쳐 200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르한 파무크의 작품까지 수많은 작품들이 펼쳐져 있다.
저자는 결국 세계 문학의 역할이 단순한 즐거움만을 위한 독서가 아닌, 다른 세계를 향한 관심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세계 문학 읽기는 세계를 껴안고 세계로 나아가는 훌륭한 준비이자 전략이 된다.
“세계 문학 읽기는 우리를 자극해 세계로 이끌어야 한다. 어떤 문학 작품도 그 사회의 직접적인 거울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모든 작가는 비록 거기서 달아나는 응답을 선택했더라도, 하나의 문화에서 발생해 다양한 방식으로 해당 문화에 응답한다. 기원 문화를 많이 알수록 작가가 작품을 집필한 기간에 이룬 변화를 더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 이해는 완전한 몰입 후에 온다. 과거의 문학 유산과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진 여러 세계로 뻗은 길을 동시에 받아들일 때, 더 깊어진 비판적 이해와 새로운 가능성을 안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405∼406쪽)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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