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안전운임제 등 일몰법 처리 '빨간불'

박숙현 2022. 12. 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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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연장근로제, 건강보험 재정 국고 지원 등 일몰법 여야 평행선
30일 본회의 열고 늑장 처리 가능성

여야가 28일 본회의에서 안전운임제, 추가 연장근로제 등 일몰법을 연장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내년도 예산안 합의 관련 기자회견하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여야가 올해 말로 종료되는 일몰법 연장 처리를 약속했지만, 쟁점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안전운임제'와 '추가 연장근로제' 등이 그대로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다만 여야 원내지도부가 담판 협상한다면 오는 30일 본회의를 열고 일몰법을 일괄 처리할 여지도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추가 연장근로제 등 '일몰법 연장안'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내년도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일몰법을 포함해 핵심 민생 법안을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중 한국전력공사법과 가스공사법 등은 상대적으로 무난하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개정안은 한국전력공사의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 한도를 기존 2배에서 최대 6배까지 늘리는 내용이다. 이를 처리하지 못하면 내년 급격한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여야는 상임위에서 이미 이를 합의했지만, 지난 본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 다수가 반대·기권표를 던지고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예상과 달리 부결된 바 있다.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가 예정됐지만 추가 연장근로제와 노란봉투법 여야 이견으로 취소됐다. 20일 환노위 전체회의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문제는 올해 말로 종료되는 일몰법이다. 과로나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하기 위해 화물차주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적정 운임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가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이 당초 제시했던 대로 '3년 연장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화물운송업의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전날(2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반드시 이번에 불합리하고 불공정하고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 근본적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전운임제 연장으로는 화물 노동자들의 임금 문제가 개선될 수 없으며, 오히려 번호판을 빌려 요금을 받는 지입제(持入制), 다단계 등 화물운송시장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성 의원은 이날도 국회에서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

주52시간에 추가로 8시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는 근로기준법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일몰 시한 2년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일몰제 폐지 후 대안을 찾자는 입장이다. 여기에 노조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막는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연계 처리를 주장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을 국고 지원하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대해선 민주당은 일몰 규정을 폐지하고 국고 지원을 항구적으로 법제화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여당은 건강보험료 폭탄을 막기 위해 개혁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일몰제를 5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일몰법안을 두고 야당과 논의하지 않고 있다면서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 통과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일몰법안 관련해서 양당 의견도 나왔고, 접점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안전운임제·추가연장 근로제) 두 가지 법은 일몰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대해서도 "법이 없다고 해서 정부가 지원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시간적 여유도 있어서 이후 합의되면 지원법 만들 수도 있고, (지금은) 만들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28일 합의 처리' 약속 무산의 책임을 여당에 돌리며 일몰법 일괄 타결을 촉구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또다시 합의에 찬물을 끼얹었다"면서 "이번에야말로 윤허(윤석열 대통령의 허가, 또는 임금이 신하의 청을 허락한다는 중의적 표현) 정치에서 벗어나 국회가 어려운 민생경제에 제대로 역할 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을 때"라고 촉구했다.

여야가 쟁점이 있는 법안에 대한 논의를 미루다 시한이 임박해서야 협상에 나서면서 일몰법안이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노조법 2·3조의 개정을 요구하며 점거농성하고 있는 민주노총 조합원들. /뉴시스

시한이 촉박한 가운데, 민주당으로선 이전 쟁점 법안들처럼 다수 의석을 앞세워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은 민주당이 밀어붙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지만, 사회권을 쥐고 있는 법사위원장을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맡고 있어 안건 상정도 쉽지 않다.

일몰 법안 처리가 무산될 조짐을 보이자, 거대 양당이 당리당략으로 미루다가 시한 종료 직전 지각 협상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희서 정의당 대변인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일몰 법안은) 민생 현안이고 민생과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은 당리적으로 접근했다. 민주당은 노동 현안에 대해 국민의힘과 대척점을 그을 때만 이야기하지, 중요하게 지키려 하지 않았다.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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