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죽코’도 투항했다... 맹추위에 뜬 3대 생존 패션템
‘연말 모임 많은데 어떻게 입고 갈지 걱정이거든요. 요즘 날씨 생각하면 무조건 패딩인데, 모임 의상 느낌은 아니고, 코트를 입자니 추위에 꺼려지고.’
최근 각종 맘카페나 패션 커뮤니티에 자주 오르는 글이다. 영하 10도 안팎 한파가 계속되면서 ‘얼죽코’(얼어 죽어도 코트)를 고수했던 이들마저도 하나둘씩 백기를 든 것. 최고급 캐시미어로 둘러싸도 뼛속까지 스며드는 스산함을 막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패딩의 따스함과 코트의 멋스러움을 합친 ‘패코트’ 시대
그렇다고 아직 완벽히 포기하기엔 이르다. 추위가 만들어낸 패션템, 바로 ‘패코트(패딩+코트)’다. 코트 내부에 다운(오리털 등) 충전재가 내장된 ‘패딩만큼 따뜻한 코트’가 대거 출시된 것. 각종 모임이나 파티에 격식은 갖추면서도 따듯함은 유지할 수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의 남성복 브랜드 ‘시리즈’와 ‘24/7′에서 선보인 코트는 구스다운 충전재를 내부에 안감처럼 넣거나, 퀼팅(솜 등을 넣고 바느질한 것) 처리해 지난 10월 출시 이후 12월 현재까지 전년 대비 150%까지 판매가 늘었다.
국내 온라인 마켓에서도 패딩 소재 안감을 쓴 코트가 큰 인기다. 겉으로는 누가 봐도 코트인데, 코트 안쪽에 패딩 소재 안감을 써 보온성을 높였다. G마켓에서 판매하는 국내 브랜드인 ‘SOUP 퀼팅 중경량 패딩 구스다운 캐시미어 롱코트’ ‘리안뉴욕 캐시미어 울 다운 안감 코트’ 등은 캐시미어 소재에 패딩 안감을 넣고도 20만원대로 가성비 높은 제품 인증을 받았다.
◇짧은 옷 트렌드엔 모자·패딩 부츠로 방한을
과거 ‘김밥 패션’이라던 롱패딩이 트렌드에 앞서 생존을 위해 인기를 끌었다면, 올해 트렌드는 ‘얼죽크족’의 탄생. 얼어 죽어도 크롭트(짧은 의상)를 고수한다는 뜻이다. 봄부터 계속된 짧은 의상의 유행이 겨울 패션까지 영향을 미친 것. 광택이 나거나 화려한 색감의 패딩이라면 각종 모임에서도 시선을 끌 수 있다는 것. 특히 MZ 세대 사이에서 환경을 중시하는 가치 소비가 철학으로 자리 잡으면서 오리털이나 거위털 같은 동물 털을 사용하지 않는 제품이 인기다. MZ 세대에게 인기 많은 ‘세이브더덕’은 오리를 살린다는 브랜드 이름 그대로 동물 털을 쓰지 않는다. 12월 들어 세이브더덕의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1% 늘었다. 캐나다구스 역시 동물 모피 제조를 중단하는 ‘퍼 프리(Fur free)’를 선언했다.
짧은 패딩을 입는 대신 추위에 드러나는 곳곳은 꽁꽁 싸매는 것도 올해 강화된 스타일. 발열 내의는 기본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국내 브랜드 ‘자주’의 발열 내의는 이달 들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14.7%나 증가했다,
1990년대 패션이 Z세대를 사로잡으면서 걸그룹 SES, 핑클 등이 즐겨 착용했던 ‘레그워머’(발토시·발목에서 종아리까지 덮는 것)가 대표적이다. 블랙핑크 제니가 각종 공연은 물론 평소에도 즐겨 입으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머리부터 귀까지 싸매는 발라클라바는 최근 아이유, 수지부터 김나영, 황신혜 등 연예인들이 지속적으로 착용하면서 생존템에서 패션템으로 자리 잡았다. 또 일명 ‘군밤 장수 모자’인 트루퍼햇도 울, 캐시미어 등 소재로 고급스럽고 멋스럽게 진화했다. 패션 홍보사 솔랩컴퍼니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첫 연말을 맞아 외출복 등 패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장기간 외출에 대비해 귀를 덮는 모자부터 패딩 부츠, 충전식 목난로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파에 노출되는 부분을 최소화하는 아이디어 방한템이 인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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