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관제 K콘텐츠의 범람을 우려한다
수억원 혈세 투입 불구 성과 저조
지금의 한류, 치열한 경쟁의 성과
다차린 밥상에 수저 놓기식 안돼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게임’ 흥행 성공 후 국가과제가 된 ‘K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국립합창단과 국립진주박물관의 K콘텐츠 만들기가 본보기다.
그렇게 지난 6월 ‘예술한류 확산 사업’이란 사업명을 달고 ‘보이스 오브 솔라스’가 세상에 나왔는데 구독자 5000여명인 국립합창단 유튜브 계정엔 ‘새야새야’와 ‘어기영차’ 두 편의 뮤직비디오와 예고편, 제작과정을 담은 영상까지 합쳐서 모두 열여섯 편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 중 ‘새야새야’가 가장 높은 조회수 30만회를 기록하고 있고 ‘어기영차’ 조회수는 1만2000회다. 성과를 두고 여러 평가가 나올 수 있는데 애초 국립예술단체가 ‘그래미상 후보’라는 목표를 설정한 일 자체가 마뜩잖다. 상(賞)은 예술 활동의 평가이지 목적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립진주박물관의 ‘화력조선’ 시리즈는 여러 면에서 K콘텐츠 만들기의 대비되는 사례다. 조선시대 소형화약무기 연구 결과를 어떻게 세상에 알릴까 고민하다 딱딱한 보고서와 별도로 동영상을 만들자고 관장 이하 학예연구사들이 결의해서 2020년 시작된 K콘텐츠다. 나오자마자 큰 호응을 얻어 올해 시즌3부까지 총 20여편이 유튜브에 공개됐는데 총조회수가 518만회를 넘어섰다고 한다.
자신감을 얻은 박물관 측은 아예 후금 팔기군과 조선 정예 포수 대결을 다룬 단편영화 ‘사르후’를 최근 공개했다. 나온 지 두 달 만에 조회수 70만회를 기록했는데 2100여개나 달린 댓글 반응은 “박물관이 뭔 돈이 있을까? 그런데 그 적은 예산 쪼개서 이 정도 퀄리티의 연출을 해내는 건 정말 대단하다” 등 찬사로 가득하다. 제작 과정을 물어보니 김명훈 학예연구사는 “1년에 5000만원으로 본편 6개 등을 만들기 시작해서 올해 7000만원까지 예산이 늘어났다”며 “처음부터 영어 자막을 달았는데 해외에서 보는 이가 많을 때는 10%를 차지한다. 나랏돈을 허투루 쓸 수 없는데 ‘세금이 아깝지 않다’는 댓글을 볼 때 제일 보람 있다”고 말한다. 영상 제작이 본업이 아닌데 무엇이 가장 어렵냐는 물음엔 “충실한 연구”라고 답했다. 어디까지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영상을 만드는 일이기에 탄탄한 연구 결과가 먼저 나와야 좋은 영상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내놓은 내년 예산 보도자료는 ‘K콘텐츠’로 시작해서 ‘K콘텐츠’로 끝나다시피 한다. 문체부 예산 총 6조7408억원에서 ‘세계인과 함께하는 K컬처’에 8925억원이 투입되고, ‘K콘텐츠 펀드’는 올해보다 512억원 늘어난 1900억원이 책정됐다. ‘물 들어올 때 노 젓기’는 당연한 노력인데 그 방향성과 성과는 따져볼 문제다. 지금 세계 무대를 휩쓰는 우리 문화계 간판스타와 상품 대다수는 민간의 뼈를 깎는 노력과 치열한 경쟁의 산물이다. 그렇게 차려진 ‘문화 한류’라는 밥상에 수저 올려놓기식으로 나랏돈으로 만들어진 ‘관제(官製) K콘텐츠’가 범람하며 예산이 낭비될까 우려된다.
박성준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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