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경의행복줍기] 최고의 선물

2022. 12. 27.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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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고 있다.

며칠만 지나면 검은 토끼 계묘년 새해가 활짝 열린다.

선물은 왜 꼭 다른 사람이 해야 하나? 앞으로도 B는 스스로 축하 선물을 할 생각이다.

내가 나를 좋아하고 존중해야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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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고 있다. 며칠만 지나면 검은 토끼 계묘년 새해가 활짝 열린다. 이맘때쯤이면 많은 사람이 내가 과연 한 해를 잘 보냈나, 스스로 점검해본다. 대부분 잘 살았나의 기준을 나와 타인, 즉 인간관계에서 먼저 찾는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건 온전하게 나를 바라보는 일이다. 자기 자신한테 만족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른 사람한테는 잘하려고 애쓰면서 자신은 홀대한다. 마음에 들어 하지도,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 다른 사람이 무시하면 상처받고 펄펄 뛰지만 정작 스스로 자신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데는 익숙하다. 올 한 해 나는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존중했나?

친구 A에게 겨울은 낭만의 계절이었다. 빙 크로스비의 달콤한 캐럴, 함박눈, 군밤, 벽난로. 그러나 결혼 후 겨울은 김장 200포기를 해야 하는 노동의 계절이 되고 말았다. 시어머니는 자식들이 다 모여 함께 김장하고 식구 수에 맞게 나눠 갖게 했다. 맏며느리로서 여간 고단한 일이 아니었다. 각자 형편에 맞게 알아서 하면 얼마나 합리적일까? A는 생각만 있지 말 한마디 못하는 자신이 싫었다. 남을 싫어하는 일은 괴로워서 안 하려고 노력하지만 자신을 싫어하는 일은 그냥 내버려 둔다. 어느 날 A는 털컥 겁이 났다. 내가 나를 싫어하는데 누가 날 좋아하겠나? A는 무조건 집안일을 하루 접고 기차를 타고 바다를 보러 갔다. 매일 반복되는 단조로운 주부의 일상에서 늘 그리워한 겨울 바다를 맘껏 보며 커피를 마시고 맛집으로 소문 난 곳에서 메밀전병과 막국수도 사 먹었다. 혼자만의 여행은 더없이 행복했다. 앞으로 A는 겨울이 되면 김장 200포기로 벌벌 떨 게 아니라 오늘 본 겨울 바다를 떠올리며 즐거워하기로 했다. 나를 싫어하지 않기 위한 지름길을 스스로 만든 것이다.

친구 B는 감정의 힘겨루기가 씨름선수들의 힘겨루기만큼 사람 기운을 쏙 빼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 B는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 특별한 날이 다가오면 ‘어디 두고 봐야지. 이번에는 설마’ 하고 잔뜩 벼른다. 바로 남편과 자식들이 선물을 하나 안 하나 두고 보는 것이다. 그러다가 역시 그대로 지나치면 노엽고 섭섭한 감정이 확 밀려오면서 신세 한탄으로 이어진다. 자상한 남자라고 잘못 본 어리석음에 분노하고 자식들을 제대로 못 키운 무능함을 탓하고. 더 속상한 건 별것 아닌 것 갖고 유난을 떤다고 생각하는 가족의 태도다. B는 마음을 바꿨다. 오랫동안 스스로를 괴롭힌 ‘두고 보자’ 대신 스스로에게 선물을 하기로 한 것이다. 봉투에 20만원을 넣어 자기에게 줬다. 선물은 왜 꼭 다른 사람이 해야 하나? 앞으로도 B는 스스로 축하 선물을 할 생각이다. 그런 마음을 먹었을 때 찾아온 자유스러움에 숨통이 탁 트였다.

내가 나를 좋아하고 존중해야 행복해진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내가 있어야 세상이 존재한다. 새해에는 나를 가능한 한 많이 좋아해 주자. 가장 쉬운 일이 가장 어렵다.

조연경 드라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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