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경의행복줍기] 최고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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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고 있다.
며칠만 지나면 검은 토끼 계묘년 새해가 활짝 열린다.
선물은 왜 꼭 다른 사람이 해야 하나? 앞으로도 B는 스스로 축하 선물을 할 생각이다.
내가 나를 좋아하고 존중해야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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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A에게 겨울은 낭만의 계절이었다. 빙 크로스비의 달콤한 캐럴, 함박눈, 군밤, 벽난로. 그러나 결혼 후 겨울은 김장 200포기를 해야 하는 노동의 계절이 되고 말았다. 시어머니는 자식들이 다 모여 함께 김장하고 식구 수에 맞게 나눠 갖게 했다. 맏며느리로서 여간 고단한 일이 아니었다. 각자 형편에 맞게 알아서 하면 얼마나 합리적일까? A는 생각만 있지 말 한마디 못하는 자신이 싫었다. 남을 싫어하는 일은 괴로워서 안 하려고 노력하지만 자신을 싫어하는 일은 그냥 내버려 둔다. 어느 날 A는 털컥 겁이 났다. 내가 나를 싫어하는데 누가 날 좋아하겠나? A는 무조건 집안일을 하루 접고 기차를 타고 바다를 보러 갔다. 매일 반복되는 단조로운 주부의 일상에서 늘 그리워한 겨울 바다를 맘껏 보며 커피를 마시고 맛집으로 소문 난 곳에서 메밀전병과 막국수도 사 먹었다. 혼자만의 여행은 더없이 행복했다. 앞으로 A는 겨울이 되면 김장 200포기로 벌벌 떨 게 아니라 오늘 본 겨울 바다를 떠올리며 즐거워하기로 했다. 나를 싫어하지 않기 위한 지름길을 스스로 만든 것이다.
친구 B는 감정의 힘겨루기가 씨름선수들의 힘겨루기만큼 사람 기운을 쏙 빼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 B는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 특별한 날이 다가오면 ‘어디 두고 봐야지. 이번에는 설마’ 하고 잔뜩 벼른다. 바로 남편과 자식들이 선물을 하나 안 하나 두고 보는 것이다. 그러다가 역시 그대로 지나치면 노엽고 섭섭한 감정이 확 밀려오면서 신세 한탄으로 이어진다. 자상한 남자라고 잘못 본 어리석음에 분노하고 자식들을 제대로 못 키운 무능함을 탓하고. 더 속상한 건 별것 아닌 것 갖고 유난을 떤다고 생각하는 가족의 태도다. B는 마음을 바꿨다. 오랫동안 스스로를 괴롭힌 ‘두고 보자’ 대신 스스로에게 선물을 하기로 한 것이다. 봉투에 20만원을 넣어 자기에게 줬다. 선물은 왜 꼭 다른 사람이 해야 하나? 앞으로도 B는 스스로 축하 선물을 할 생각이다. 그런 마음을 먹었을 때 찾아온 자유스러움에 숨통이 탁 트였다.
내가 나를 좋아하고 존중해야 행복해진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내가 있어야 세상이 존재한다. 새해에는 나를 가능한 한 많이 좋아해 주자. 가장 쉬운 일이 가장 어렵다.
조연경 드라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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