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K리그1 정복…‘푸른파도’ 성공 드라마[돌아보는 2022 한국축구]
김영권·엄원상 등 ‘공격적 영입’
최강 전력+홍명보 지도력 시너지
3R부터 선두 지키며 압도적 1위
우승 스토리 담은 다큐멘터리 등
화끈한 마케팅에 팬들도 큰 호응
2022년 K리그는 ‘울산 천하’라는 평가에 이견이 없다.
홍명보 감독(53)이 지휘봉을 잡은 2년차인 올해 울산 현대는 숙원이었던 K리그1 정상에 올랐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선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했고, 대한축구협회(FA)컵은 라이벌 전북에 내줬지만 17년 만의 K리그1 우승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과정부터 압도적이었다. 9개월에 걸친 대장정인 리그에선 한 팀이 일방적으로 치고 나가는 일은 드물다. 울산은 김천 상무와 득점 없이 비긴 개막전 여파로 잠시 주춤했을 뿐 3라운드부터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으며 사실상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3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던 울산의 압도적인 우승은 아낌없는 투자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고질적인 수비 불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가대표 수비수 김영권을 데려온 것이 시작이었다. 이적시장 최대어였던 엄원상은 13골(5도움)을 터뜨리는 해결사로 우승의 일등 공신이 됐다. 임대로 데려온 두 외국인 선수 아마노 준(9골·1도움)과 레오나르도(11골·4도움)까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울산은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진 9월 잠시 어려움을 겪었지만 위기를 극복할 힘이 있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데려온 헝가리 국가대표 공격수 마틴 아담이 우승의 고비로 지목된 10월 전북전 2골과 강원전 결승골을 포함해 9골을 터뜨리면서 우승을 결정지었다.
울산의 성과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빛났다. 먼저 감독과 선수 모두 팬을 우선하면서 관중 증가 추세가 눈에 띄었다. 올해 울산이 안방에서 치른 K리그1 19경기에 총 16만6114명이 입장해 경기당 평균 8742명을 기록했는데, 이 부문 1위인 FC서울(8786명)에 간발의 차로 밀렸다. 울산이 26라운드부터 38라운드까지 관중 집계에선 압도적인 1위인 평균 1만3086명을 유치한 만큼 내년에는 관중 동원력도 1위가 기대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팬 친화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울산의 노력을 인정해 2021년부터 8회 연속 팬 프렌들리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울산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평균 관중(9784명)에 근접한 상태”라면서 “내년에는 더 많은 관중과 호흡할 것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울산의 인기몰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다큐멘터리 <푸른파도 2>였다. 지난해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 최초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왓챠를 통해 공개돼 화제를 모았는데, 올해는 그 플랫폼이 KT 씨즌과 웨이브, 티빙, imbc 등으로 확대됐다.
푸른파도는 라커룸의 내밀한 사정까지 낱낱이 공개하는 솔직함이 인기의 비결이었다.
실망스러운 경기 내용에 분노한 홍 감독이 라커룸에서 ‘이게 팀이야’를 외친 장면은 팬들과의 마지막 종방연에서도 회자됐을 정도다. 홍 감독은 “그때는 ‘이게 팀이야?’라고 내가 질문했는데, 우승컵을 들어올린 지금은 ‘이게 바로 팀이다’라고 정리하고 싶다. 내년에도 K리그1에서 우승해 다시 한 번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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