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호의 ‘꿈의 무대 도전기’…“한마음으로 이룬 16강, 4년 뒤엔 더 높이”
우루과이전 황희찬 빈자리 메워
가나전 이후 ‘팀워크’ 값진 경험
FC서울 주장으로 맞이하는 내년
‘팬들에 기쁨 안기는 축구’ 예고
되돌아봐도 꿈같은 시간이었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FC서울의 팬사인회 현장에서 만난 나상호(26)는 “아직도 모든 순간이 생생하다. 선발 출전한 우루과이전부터 교체 출전한 가나전, 비록 내가 뛰지는 않았지만 선수들이 모든 것을 쏟아부은 포르투갈, 브라질전까지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아 있다”고 했다.
나상호에게 2022년은 지금까지 축구 인생 중 가장 특별한 해였다. 축구 선수라면 모두가 뛰고 싶어 하는 월드컵 무대에 처음 섰고, 16강 역사를 쓴 대표팀의 일원으로 금의환향했다.
월드컵 이후 분주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는 나상호는 “월드컵 때 행복한 기억을 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아 나 역시 기분이 좋다. 축구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에도 놀라고 있다”며 기분좋게 웃었다.
나상호는 월드컵에 동행할 최종 엔트리 26명이 발표된 지난달 12일의 기억이 또렷하다. 누나와 집에서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엔트리 발표 현장을 지켜봤다는 나상호는 “제 이름이 늦게 나오면서 불안했지만 이름이 불리는 순간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당시를 떠올린 나상호는 “1차 목표를 이루었으니 이제 단 1분을 뛰더라도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그때부터는 월드컵만 생각했다”고 밝혔다.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지난달 24일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첫 경기인 우루과이전에서 나상호는 키플레이어였다. 나상호는 이날 예상치 못한 선발 기회를 잡았다. 최전방 황의조(올림피아코스)의 좌우 측면에 손흥민(토트넘)과 함께 배치됐다. 나상호는 허벅지 뒤 근육 부상에서 회복이 덜 된 황희찬(울버햄프턴)의 자리를 채웠다. 지칠 줄 모르는 움직임과 강한 압박이 인상적이었다. 윙백 김문환(전북)과의 안정적인 호흡도 좋았다. 나상호는 “항상 꿈꿨던 무대라 뛸지 안 뛸지 모르지만 정말 열심히 준비했던 결과”라고 말했다.
나상호는 이어진 조별리그 2차전 가나전(2-3 패)에도 0-2로 뒤진 후반에 교체 출전했다. 우루과이전에 이어 한 차례 유효슈팅도 나오지 않던 상황, 벤투 감독은 후반을 시작하면서 나상호를 투입하며 전열을 재정비했다. 나상호에 이어 이강인(마요르카)이 들어가면서 흐름을 바꾼 한국은 조규성(전북)의 연속 골로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나상호는 “교체로 들어가 템포를 따라가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그때만큼은 죽을 때까지 뛰겠다는 마음으로 미친듯이 달렸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비록 졌지만 가나전에서 2골을 넣은 자신감은 포르투갈전 승리로 이어졌다.
나상호는 16강 진출 동력으로 대표팀 선수들의 ‘한마음’을 이야기했다. “포르투갈전에서는 무조건 이겨내겠다는 선수들의 의지가 그라운드 밖에서도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의 리더십도 대표팀을 똘똘 뭉치게 만든 힘이다. 나상호는 “흥민이 형은 부상이었음에도 항상 팀에 도움이 되려 했다”며 “경기 전에는 ‘상대는 우리보다 강팀이지만 똑같은 사람’이라며 주눅들지 말라고 늘 강조했다”고 밝혔다.
나상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16강까지 가는 데 8년, 다시 12년이 걸렸다. 그런 역사를 쓴 대표팀 일원이라는 게 자랑스럽고 다시 또 경험하고 싶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나상호는 2022년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지만 올시즌 리그 성적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K리그에서 32경기 8골4도움을 기록했고, 팀은 하위권(9위)에 머물렀다. 그가 바쁜 연말 일정 속에서도 다음 시즌을 위한 훈련을 시작한 이유다. 지난 시즌 도중 FC서울의 주장 자리를 기성용으로부터 물려받은 나상호는 다음 시즌 팀의 도약을 약속했다. 나상호는 “새 시즌에는 꼭 달라질 것이다. 팬들에게 기쁨을 드리는 축구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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