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한번 더 뛰나…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재점화
지분경쟁 캐스팅보트 역할
영풍정밀은 27일 이사회를 열고 고려아연 주식 350억원어치인 6만2056주를 장내 매수하기로 결정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취득 예정일은 1년 뒤인 2023년 12월28일이다. 영풍정밀은 취득 목적에 대해 “지배권 강화”라고 밝혔다. 이번 취득으로 1.57%였던 고려아연에 대한 영풍정밀의 지분율은 1.92%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최윤범 부회장 일가가 3세 경영을 하고 있는 고려아연은 고(故)장병희, 최기호 창업주가 설립했다. 장씨 일가가 전자 계열을,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 계열사를 경영했지만 최근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가 고려아연을 둘러싸고 잇달아 우호지분 확보에 나서면서 지분 경쟁이 시작됐다. 연초 장씨 일가 지분이 최씨 일가보다 10%포인트 이상 앞섰지만 지난달 최씨 일가가 지분 교환 방식으로 LG화학과 한화를 우호 세력으로 끌어들이면서 차이가 좁혀진 상태다.
두 일가의 지분 경쟁에서 영풍정밀이 주목받는 이유는 고려아연 지분 경쟁의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어서다. 영풍정밀 경영권은 최씨 일가가 보유하고 있다. 장씨 일가와 지분 격차는 7~8%포인트가량이다.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 차이가 4%포인트 수준임을 고려하면 영풍정밀이 보유한 1.92%는 적지 않은 규모라는 평가다.
장씨 일가 입장에선 고려아연 지분을 곧바로 사들이기보다 영풍정밀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유리한 방식이란 분석도 나온다. 영풍정밀의 시가총액이 약 1900억원이고 소액주주 지분이 전체의 절반에 육박해 지분을 매집하기 쉬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장씨 일가가 영풍정밀 이사회를 지배하기 위한 자금은 약 130~150억원이다. 반면 고려아연 지분 1.92%를 매입하기 위한 자금은 2155억원에 달한다.
이날 영풍정밀은 전날 대비 5.24% 상승한 1만2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분 경쟁을 벌이는 두 일가가 영풍정밀 지분 추가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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