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기록K]⑨ 베어지고 사라지는 제주의 가로수, 정책 전환 시급
[KBS 제주] [앵커]
올 한 해를 돌아보는 연말 기획 '기록 K' 아홉 번째 시간입니다.
KBS는 도로 공사 등으로 베어지고 사라지는 제주 가로수의 실태를 연속해서 보도했는데요.
보도 후 달라진 점과 남은 과제를 이경주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제주시가 일주도로를 확장한다며 주민 동의 없이 벚나무를 베어내 논란이 됐던 제성마을.
가로수가 사라진 자리에는 주민과 행정의 갈등만 남았습니다.
[오면신/제성마을 왕벚나무대책위원장/지난 10월 : "스토리가 있는 나무인지 주민한테 이야기도 들어보고 마을의 역사라든가 알고 하는 게 아니고 무조건 도로만 넓히면 된다."]
제주도가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만든 중앙 버스전용차로.
가로수가 사라지면서 보행자는 그늘 한 점 없는 땡볕으로 내몰렸습니다.
[박찬성/제주시 용담동/지난 10월 : "가로수가 없어서 더운 감은 있어요. 근처에 들어가서 쉴 데도 없고. 간단하게 기다리고 싶을 때는 가로수가 있었으면…."]
현재 제주에 심어진 가로수는 7만 3천여 그루.
거리 길이 대비 가로수 식재 비율은 0.7%로 전국 최하위 수준입니다.
가로수 관련 조례나 지침도 없습니다.
이로 인해 관리는커녕 도로 공사를 위해 가장 먼저 베어지는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KBS의 주목K 보도 이후 제주도는 가로수 관련 지침과 조례 등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또 관련 부서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통해 도로 공사 전 가로수 식재부터 관리까지 모든 사안에 대해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현문익/제주도 산림휴양과장 : "(그동안) 법적인 자문이나 심의 절차가 없었는데 도시숲 위원회라든지 지정 제도를 개선해서 절차와 체계를 통해 도로 환경 개선에 최선의 방안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과제도 많습니다.
최근 제주도가 2단계 중앙버스전용차로 공사에 착수한 제주시 서광로 일대.
이번에도 가로수가 가장 먼저 뽑혔습니다.
제주도가 이 일대 가로수 130여 그루를 다른 곳으로 이식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식재 계획은 없습니다.
보도 이후 제주시는 가로수가 사라진 버스전용차로 구간에 '도시바람길 숲' 사업의 하나로 가로수를 다시 심었지만 단 4그루에 불과합니다.
제주시 우정로의 야자수는 해송으로 교체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1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됐지만 도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홍영철/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 : "시민들이 참여해서 같이 관찰하고 정책적으로 생각도 모으고 그래서 도정에 제안하고 도정은 이를 수용해서 해나가면..."]
무엇보다 가로수를 도로 위 시설물이 아닌 자연으로 여기는 의식의 전환도 필요합니다.
[최진우/가로수시민연대 대표/지난 10월 : "집 밖을 나가면 가장 첫 번째 보게 되는 자연의 대상이거든요. 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자연을 정말로 소중하게 바라봐 주고 다뤄줄 수 있다면 많은 자연의 가치가 더 좋은 대접을 받고 사람들과 공생할 수 있는..."]
가로수부터 뽑아내 논란이 되고 있는 제주시 서광로.
내년 도로 확장 공사를 앞두고 사라질 위기에 놓인 40년 넘은 정실 가로수길까지.
도로와 자동차가 아닌 사람과 자연 중심으로 사회적 인식과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KBS 뉴스 이경주입니다.
이경주 기자 (lkj@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