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원년, 544명은 퇴근하지 못했다

황현규,현예슬 2022. 12. 27.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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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사회는 지금 안전한지 진단하는 연말 기획, 오늘(27일)은 노동자의 안전문제, 짚어봅니다.

올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처음 시행됐고, 오늘로 열 한 달을꽉 채웠습니다.

하지만, 오늘 새벽에도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던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항공기 인도작업을 하던 50대 안전요원이 견인차에 변을 당했습니다.

인천공항에선 4월에도 비슷한 사망사고가 있었던 만큼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했는지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직 안전과는 거리가 먼 우리 일터의 현실을 황현규,현예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예정대로면 지난달 입주가 시작됐을 아파트입니다.

올해 1월 붕괴 됐던 '광주 화정아이파크'입니다.

노동자 6명이 숨진 산재의 현장은 그때 모습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 날 사고가 난 뒤 보름쯤 지나 시행된 법이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기대도, 걱정도 컸던 법이었는데, 올 한해 얼마나 변화가 있었을까요?

안정호 씨의 매형은 이 사고로 숨졌습니다.

시신을 찾는 데만 거의 한 달이 걸렸습니다.

[안정호/故 유○○씨 처남 : "(구조까지) 29일 걸렸어요. 정확한 29일. 일단 현장을 보고는 절망했죠."]

결혼 13년 만에 얻은 중학생 딸을 끔찍하게 아꼈지만, 그 딸에게 아빠의 빈 자리는 큰 상처로 남게 됐습니다.

[안정호/故 유○○씨 처남 : "조카를 승마를 시키려고 맨날 주말마다 이렇게 다녔거든요 승마장을. 이제 아빠가 없으니까 못 가죠."]

지지대를 제대로 세우지 않은 채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다 일어난 붕괴 사고였습니다.

원청인 현대산업개발 경영진 등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러나 사고 10여 일 뒤에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끝내 이 사건에 적용되지 못했습니다.

[안정호/故 유○○씨 처남 : "제가 고용노동부에 바로 물어봤는데, 이 사건에 해당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포기했죠."]

산재는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9월에는 제약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나 29살 노동자가 숨졌습니다.

[백경분/故 김신영 씨 어머니 : "아빠(남편)가 저한테 전화했어요. 그래서 받았는데 갑자기 세상에 우리 신영이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유증기가 유출되면서 벌어진 사고였습니다.

그런 일에 대비한 비상구 설치도, 사전 안전점검도 부족했습니다.

이 사업장 또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었습니다.

[김익산/故 김신영 씨 아버지 : "완전히 그거는 회사 잘못, 과실이지. 작업시간에 사망했으니까..."]

보름 뒤엔, SPC 계열 제빵 공장에서 인명 사고가 났습니다.

'위험 작업에는 2인 1조'.

이 기본 수칙부터 지켜지지 않았고, 우리 사회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느냐' 이 물음 앞에 멈춰서있습니다.

[강규형/화섬식품노조 SPL 지회장 : "특별히 중대재해처벌법이 발의(시행)했다고 해서, 안전에 대한 그런 게 없었고. 특히 교육도 거의 예전하고 똑같이..."]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리포트]

달라진 게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

통계로도 확인됩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열 달 간(1월 27일~11월 30일) 519건의 산업재해로 544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법이 없던 시절인 지난해와 비교해봐도, 별 차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만 떼놓고 보면 사망자가 오히려 늘었습니다.

법 취지가 무색할 정도입니다.

중대재해가 가장 많이 일어난 곳은 어딜까요?

디엘이엔씨라는 업체, 그리고 코레일이 공동 1위입니다.

4건의 산재로 9명이 숨졌습니다.

계룡건설과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등에선 3건씩 발생했습니다.

1년에 몇 차례씩 치명적인 재해가 반복되는 사업장, 과연 '개선 의지' 자체가 있었는지를 되묻게 합니다.

그럼에도 기업인에 대한 처벌이 '과하다'는 우려는 계속 제기됩니다.

과연 그럴까요?

올해 5백여 건의 중대재해 중에서 기소된 사건은 6건뿐이고 그마저도 1심 결과조차 안 나왔습니다.

처벌이 과도한지 적절한지, 따져볼 판례 자체가 아직 없다는 얘기입니다.

KBS 뉴스 현예슬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권준용/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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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규 기자 (hel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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