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의 다섯번째 드론 공격... 러 방공망에 걸려 격추당했다
우크라이나가 26일(현지 시각) 러시아 내륙의 공군 기지를 무인기(드론)로 또다시 공격했다. 크림반도의 러시아 해·공군 기지를 공격한 것까지 포함하면 알려진 드론 공격만 벌써 다섯 번째다. 우크라이나 드론은 이번에 타격 목표까지 성공적으로 접근했으나, 마지막 순간에 러시아군의 방공망에 발각돼 요격당했다. 최근 북한 드론이 서울 상공에 침입해 방공망을 휘젓고 다닌 것과 대비된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모스크바 시각으로 26일 오전 1시 35분 우크라이나 드론이 사라토프주 엥겔스 공군기지에 공격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러 국방부는 “(공격 드론이) 모두 러시아군 요격을 받아 격추되면서 군 장비에는 별 피해를 입히지 못했으나, 드론 잔해가 비행장에 있던 러시아 군인 3명을 덮쳐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와 AFP 통신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두 차례의 폭음이 발생했고, 일대에 공습 경보가 울렸다. 로만 부사르긴 주지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내 주거 지역에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민간 시설의 피해 역시 없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번 드론 공격에 대해 발표하지 않고 있다.
공격을 받은 엥겔스 공군 기지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480㎞ 떨어진 러시아 내륙에 있다. 투폴레프(Tu)-95, Tu-160 등 핵무기 탑재와 발사가 가능한 전략폭격기의 거점 기지다. 러시아는 지난 2월 침공 이후 이곳에서 발진한 폭격기를 이용해 공대지미사일을 발사, 우크라이나를 맹폭격해왔다. 특히 지난 10월 중순 이후 우크라이나 전역을 전력난에 빠트린 전력 기반 시설(발전·변전소) 공격이 이 기지를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군사 전문 블로그들은 “우크라이나군이 구(舊)소련제 제트엔진 드론 ‘스트리시’를 이용해 엥겔스 기지를 공격했다”며 “전력 기반 시설 파괴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1970년대 실전에 투입된 이 드론은 비행거리가 1000㎞ 정도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이 드론을 일부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찰용인 스트리시 드론을 폭발물을 탑재할 수 있도록 개조해 공격에 활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5일에도 엥겔스 공군 기지와 랴잔주(州)의 랴잔 공군 기지를 같은 방식으로 공격했다. 당시 공격에서는 엥겔스 기지의 Tu-95 등 폭격기 2대가 손상을 입었고, 랴잔 기지에선 비행장의 연료 트럭이 폭발하면서 3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다. 앞서 8월 20일에는 크림반도의 사키 공군 기지가 역시 우크라이나 드론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아 10여 대의 군용기가 파괴됐다. 러시아는 지난달 22일 벌어진 세바스토폴항의 러시아 흑해 함대 공격 역시 우크라이나 소행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공식 발표 대신 익명의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통해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응당한 대가가 이뤄졌다”고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가 드론을 이용한 장거리 공격을 본격화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순항미사일 및 탄도미사일 고갈로 러시아의 보복 공격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보고,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국방정보국장은 최근 우크라이나 매체와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 내 기반시설을 겨냥해 일주일 간격으로 70~75발의 미사일을 발사해왔으나, 최근 공습 간격이 부쩍 길어졌다”며 “러시아의 미사일이 바닥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심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내 약 900만명이 여전히 전기가 끊긴 상태에서 살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총인구 약 4100만명 가운데 4분의 1가량은 전기 없이 생활하는 셈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전쟁 발발 1주년이 되는 내년 2월 말까지 유엔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 중재로 종전을 위한 글로벌 평화 공식 회담을 갖는 것을 제안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그러나 “러시아 국민은 장기적 분쟁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제안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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