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000억 효과” 공언한 청와대 개방…편익 추산 손도 안 댔다

유경선 기자 2022. 12. 27.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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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개방, 흔적 역력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지난 5월1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진행된 정문 개방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청와대 경내로 들어서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부 산하기관 ‘관광자원’ 논리
5월 개방 후 거둔 경제효과
현재까지 측정 요청·계획 없어
유지·보수 예산 투입 계속되고
최근엔 다시 대통령 행사 활용
이달만 9회…관광 일정 ‘충돌’

청와대 개방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 이전을 정당화하는 주된 논거 중 하나였다. 정부 산하기관에서는 청와대 개방으로 매년 2000억원 상당의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5월 청와대 개방 이후 경제효과가 얼마나 발생했는지 한 번도 발표한 적이 없다. 언제, 어떻게 경제효과를 측정할지 계획조차 세우지 않았다. 청와대를 관광자원화하겠다고 혈세를 투입하면서 정작 개방에 따른 편익이 얼마나 되는지 추산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지난 3월 청와대 개방에 따라 매년 생산유발 1435억~1548억원, 부가가치유발 545억~589억원의 효과가 발생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간 1980억~2137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3월2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부터 유선으로 요청을 받은 뒤 불과 이틀 뒤인 같은 달 23일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내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해마다 1조8000억원의 관광수입이 발생할 것이라며 장단을 맞췄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청와대 개방 이후 경제효과를 추산한 바 있느냐’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 질의에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효과 측정을 위한) 연구나 계획은 없고, 문체부나 문화재청에서 들어온 요청도 없다”며 “연구 주체가 어느 곳이 될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문체부 역시 관광 효과를 종합적으로 따져볼 계획은 없다고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27일 “현재까지 (계산이) 이뤄진 것이 없고, 계획된 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청와대 유지·보수 예산은 계속 들어가고 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청와대를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하는 데만 210억원이 투입된다. 문화재청이 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12월 건물 기와 수리, 전기·가스설비, 미끄럼 방지처리 등 크고 작은 보수에 1억3600만원가량 소요됐다. 음향 시설 구비나 기타 건물 정비 등을 위한 예산도 필요하다.

청와대 졸속 개방의 흔적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11일 기자가 둘러본 청와대 본관 내부에는 전화선이 뜯긴 흔적, 못과 테이프 자국, 선반을 제거한 지지대 등이 정돈되지 않은 상태로 노출돼 있었다. 시민들을 상대로 관람 동선을 안내하는 바닥 화살표도 뜯겨 있었다. 관람객들은 아직까지 건물 내부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한다. 대신 경내에 마련된 간이 화장실을 이용한다. 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나 시청각 자료 제공은 언감생심이다. 휠체어를 탄 관람객이 진입할 수 있는 화장실은 두 곳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 윤석열 대통령이 영빈관과 상춘재를 공식 행사에 자주 활용하면서 관광 일정과도 충돌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국격에 걸맞은 행사 진행을 위해 영빈관을 실용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이후 이달에만 7차례 영빈관을 이용했다. 상춘재도 2차례 이용했다. 그럼에도 청와대 관광 예약 홈페이지 등에는 영빈관과 상춘재 관람 가능 일정에 대한 안내가 없다.

현장 안내요원들도 영빈관 관람에 관해 각기 다른 정보를 제공했다. 청와대 본관 앞에 있는 안내요원은 “내일(12일)부터 영빈관 관람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영빈관 앞에 있는 안내요원은 “12월 내내 영빈관이 열려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영빈관에 들어서자 1층 홀 한쪽에 ‘대통령실 행사 비품’이라는 팻말과 함께 닫힌 문이 보였다.

문체부는 청와대를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하고 ‘K뮤직 확산’ 사업에 영빈관과 상춘재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역시 대통령 행사와 시민 관광 일정 등을 감안해 조정돼야 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문화재청은 대통령실 필요에 따라 영빈관을 비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고, 문체부는 “대통령실 자문단의 로드맵이 나오면 여기에 맞출 것”이라고 했다. 이배용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장은 “말할 입장도 단계도 아니다. 저는 잘 모른다”고 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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