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무인기에 뚫린 군, ‘새 떼’ 보고 놀랐다

박은경 기자 2022. 12. 27.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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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에 무인기” 전투기·헬기 등 20대 출격, 재난 문자도…오인 판명
26일 침범 땐 지상 대공무기서 탐지 실패…합참 “격추 못 시켜 송구”

서울 상공까지 침투한 북한 무인기 격추에 실패한 군이 27일에는 새 떼를 무인기로 오인해 전투기를 출격시켰다. 남측 전투기를 북한 무인기로 판단한 강화군청은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군은 전날 북한 무인기 대응과 관련해 “격추시키지 못해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 관계자는 이날 “오늘 (무인기 추정) 상황이 발생해 공군 전투기와 전투 헬기 등이 탐지·추적했는데 최종적으로 항공기 조종사가 접근해 새 떼를 육안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군은 이날 오후 1시쯤부터 미상 항적을 탐지하고 오후 4시까지 추적하면서 타격자산을 투입했다. 전날 북한 무인기 5대가 남측 영공을 침범했을 때 투입됐던 자산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날에는 F-15K, KF-16 등 전투기와 KA-1 경공격기, 아파치 및 코브라 공격헬기 등 군용기 20대가 동원됐다. 이날 군당국은 전날과 달리 경고 방송이나 경고 사격 등은 하지 않았다.

강화군에서는 이날 오후 3시쯤 ‘석모도 지역에 무인기가 관측됨에 따라 안전에 유의하기 바란다’는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해 북한 무인기 상황이 또 발생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인천 강화군 등이 보낸 재난문자는 아군의 항공기 이동을 보고 무인기로 오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화군은 이날 오후 3시쯤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오후 2시43분과 45분쯤 삼산면과 서도면 일대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안내방송도 두 차례 했다. 군당국의 발표는 오후 5시쯤 이뤄졌다.

전날에는 북한 무인기 5대가 파주·강화·서울 상공을 5시간 동안 휘젓고 다녔지만 해당 주민들에게 관련 공지를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불안감을 토로했다. 군당국은 국방부 출입기자단에도 작전 상황 등 요인을 고려해 보도에 엠바고(보도유예)를 요청했다.

국방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실시간 움직이는 북한 무인기를 추적·감시하다 보니 지역 주민들에게 문자 등으로 알리지는 못했다”면서 “보완해야 될 부분이 있으면 보완하겠다”고 했다.

전날 북한 무인기가 남측 영공을 비행하는 동안 지상 대공포가 유효하게 탐지하지 못해 일절 대응하지 못한 사실도 드러났다.

군은 벌컨포와 비호복합 등 지상 배치 대공무기가 사격하려면 자체 탑재한 탐지 장비로 목표물을 포착해야 하는데 전날에는 무인기 탐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군은 북한 무인기들이 남측 대공무기들의 유효 사거리나 탐지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이고, 벌컨포의 경우 육안으로 식별해야 사격이 가능한데 포진지에서는 북한 무인기가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날 군의 대응은 공격헬기와 전투기 등 공중전력만으로 이뤄졌다. 공중전력으로만 추격하다보니 격추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력 세계 6위라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북한 무인기에 허망하게 대공 방어망이 뚫리자 안보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조잡하다는 북한 무인기에 대한 미숙한 대응으로 군이 허점을 노출했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어제 적 무인기 5대가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했고, 우리 군은 이를 탐지 추적했으나, 격추시키지 못하였다는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 “결과적으로 군의 대비태세가 부족했던 점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렸다”고 밝혔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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