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치아에 새겨진 삶의 격차…쪽방촌 '무료 치과' 가보니

이상엽 기자 2022. 12. 27.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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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의 한 쪽방촌에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는 작은 치과가 들어섰습니다. 쪽방촌 주민들은 제때 치료 받지 못한 탓에 치아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요.

오늘(27일) 밀착카메라는, 치아에 새겨진 삶의 격차를 줄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기자]

서울 돈의동의 한 치과입니다.

쪽방촌 주민들이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박길원/서울 돈의동 :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이가 없어서 아예 밥을 못 먹어요. {평소에 식사는 어떻게 하세요?} 라면 먹고요.]

환자 대부분은 이가 아예 없거나 제때 치료받지 못한 쪽방촌 주민들입니다.

[이창우/서울 돈의동 : {가장 바라는 게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진통제나 좀 안 떨어졌으면 좋겠어요.]

[박희승/서울 돈의동 : {가장 드시고 싶은 음식이 뭐예요?} 갈비탕 한 그릇 먹고 싶어요.]

처음 치과를 찾은 여든 살 할머니가 망설이다 입구에 멈춰 섭니다.

[조분돌/서울 돈의동 : 당뇨가 있으니까 이가 다 부러져버려. 밥 먹다가 뽀드득거려서 돌인가 싶어서 보면 이가 부러져 있어.]

치아 상태를 살펴보니, 보철치료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한동헌/치과의사 : 남아 있는 이는 별로 없는데. {없어요.} 그런데 그 이도 성하지가 않고. 그렇죠? {네.}]

양치질하는 법부터 다시 배웠습니다.

[한동헌/치과의사 : 남은 이도 잘 닦으시면 좋겠는데. {닦기는 매일 닦는데…} 매일 닦는 것 같지가 않은데요? {이렇게 닦는 거구나.}]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다 웃음꽃도 피었습니다.

[조분돌/서울 돈의동 : 내가 진짜 밥이라도 한 끼 사주고 싶구먼. {사주세요.} 뭐 사드릴까? {이 동네에서 제일 맛집.} 진짜 사주고 싶어요.]

할머니는 돈이 없어 여러 번 치료를 주저했습니다.

[조분돌/서울 돈의동 : 서글프지. 눈물이 나려고 하는데. 여기 생겼다고 하니까 처음에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 갈까 말까 많이 배회했지.]

의료진도 할머니의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권수연/치과위생사 : 경제적인 생활을 할 수 있어도 치과는 사실 진료비가 많이 나와서 주저하시는데…여기 주민들은 더 그러시겠죠.]

월세 35만원짜리 쪽방촌.

기초생활수급비로는 병원에 가는 것조차 버겁습니다.

[조분돌/서울 돈의동 : {오늘 저녁은 뭐 드세요?} 국수 삶아 먹으려고. {밥은 있어요?} 없어요. 컵밥 있어요.]

지난해 서울시의 쪽방촌 실태 조사에서, 주민들은 가장 필요한 의료 서비스로 치과 진료를 꼽았습니다.

[한동헌/치과의사 : 왜 누구는 노인이 됐는데 이가 빠져 있고. 왜 누구는 나이가 들었는데 젊은 사람처럼 이를 다 갖고 있고. 왜 그럴까…]

의료진은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이들의 상태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한동헌/치과의사 : 입안을 보면 이 사람이 60년, 70년을 어떻게 살아왔나 눈에 보일 수밖에 없어요. 그게 온전히 그 사람의 능력과 노력 때문에 이 차이가 갈렸을까요?]

가장 먹고 싶은 음식 갈비탕 한 그릇.

처음으로 치과를 찾은 주민들이 한 말입니다.

치아에 새겨진 삶의 격차는 우리 모두가 들여다봐야만 줄일 수 있습니다.

(작가 : 강은혜 / VJ : 김대현 / 인턴기자 : 고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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