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 살해·옷장에 숨긴 남성 “전 여자친구도 하천변 유기” 자백

경찰, 진술 토대로 수색작업
살인 등 혐의 구속영장 청구

택시 기사를 살해하고 옷장에 시신을 숨겼다가 검거된 30대 남성이 전 여자친구도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27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등에 따르면 이날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30대 남성 A씨가 지난 8월 전 여자친구였던 50대 여성 B씨를 살해해 하천변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살해된 여성은 A씨가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현장인 경기 파주시 아파트의 실소유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이날 오후 경찰 조사에서 “지난 8월 (B씨를) 살해했으며, 시신을 파주 관내 한강지류에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의 진술을 토대로 해당 장소 일대에서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A씨는 범행 이후에도 B씨 명의의 집에서 지내왔다.

앞서 A씨는 지난 20일 오후 11시쯤 고양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택시 기사인 60대 남성 C씨에게 합의금을 준다며 집으로 불러 둔기로 살해하는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C씨에게 “경찰을 부르지 않으면 합의금과 수리비를 충분히 주겠다”며 집으로 유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은 A씨와 교제 중인 여자친구가 옷장 속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각됐다.

발각되기 전 A씨는 C씨의 행방을 찾는 가족들에게 ‘바빠’, ‘배터리 없어’ 등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대신 보내며 범행을 숨겼다. 뒤늦게 이를 수상히 여긴 C씨의 가족은 25일 오전 3시35분쯤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A씨가 거주하고 있는 집에서 혈흔이 묻은 범행도구를 발견했다. 그는 경찰에서 C씨 살해에 대해 “우발적인 범행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B씨의 소재에 대해서는 검거 직후엔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진술했었다.

A씨 여자친구가 옷장에서 발견한 시신과 신고된 실종자가 같은 사람으로 확인되면서 경찰은 같은 날 낮 12시10분쯤 A씨를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병원에서 검거했다. 당시 A씨는 친구들과 싸우다가 손을 다쳐 치료를 받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범행 이후 C씨 명의의 신용카드로 대출을 받는 등 수천만원을 가로채 여자친구에게 명품 등을 선물한 것을 확인했다. 경찰관계자는 “현재 A씨가 추가 범행을 했다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의 영장청구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28일 오전 A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다.

이상호 선임기자 sh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