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의 책임 인정·사과 빠진 강제동원 배상 안 된다

기자 2022. 12. 2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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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한 정부 해법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피고 일본 기업들 대신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현 단계에서 일본 측의 사과나 배상 기금 참여 계획은 없다고 한다. 이것으로는 피해자들이 수용하기 어렵고, 시민들의 지지를 받기도 어렵다.

강제동원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과 지원단체는 외교부로부터 청취한 “유력한 안”을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정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한국 기업들의 기부를 받아 만든 기금으로 2018년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제3자가 채무를 인수하는 ‘병존적 채무인수’ 방식이다. 아직 정부가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법률 검토를 거쳐 일본 정부와 막바지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방안에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 등 피고 기업들의 참여 계획이 없을 뿐 아니라 일본 측의 책임 인정이나 사죄 표명도 보장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피해자 단체는 “일본을 면책시켜주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한국이 선제적으로 해법을 발표하면 일본 쪽에서 성의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는 듯하다. 하지만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강제동원 관련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기대하는 일본 측 조치가 피해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변화하는 동북아 안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한·일관계 개선은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가 이 문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두고 다양한 시도를 해온 것을 시민들이 지켜봐온 것도 이 때문이다. 사법부도 판결 집행과 관련한 결정을 미루며 시간을 벌어줬다. 그사이 정부는 일본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공을 들였다. 윤 대통령은 반격능력 확보를 포함하는 일본의 방위문서 개정을 사실상 용인하는 발언을 했다. 자위대의 공해상 군사훈련을 양해했으며, 한국군이 일본 관함식에서 욱일기에 경례하기도 했다. 강제동원 피해자의 국가인권위원회 서훈을 보류하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전향적 조치는 없었다. 외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군함도 탄광에서 조선인 노동자 차별이 없었다는 내용을 담은 이행경과 보고서를 제출했을 뿐이다. “0 대 100의 외교적 패배”라는 피해자 단체의 표현이 현실이 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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