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MB 풀어준 무원칙하고 기이한 사면, 이것이 법치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 등 정치인 9명과 공직자 66명 등 1373명을 28일자로 사면·복권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통합’을 내세웠지만 대상자 면면을 보면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우선 이씨는 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원이 확정됐지만 형기의 8분의 1도 채우지 않았고 벌금도 82억원을 미납했다. 지금껏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국민에게 사과 한마디 없었다. 댓글 조작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징역 14년2개월을 확정받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5년을 확정받은 최경환 전 부총리,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윤선·박준우 전 정무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 문고리 권력 3인방인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비서관 등도 이번 특사에 포함됐다. 하나같이 권력을 남용하거나 부패를 저지른 인사들이다.
이들에 대한 수사와 기소는 대부분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이던 시절에 이뤄졌다. 불과 수년 전엔 적폐로 몰아 처벌해놓고 지금 와서는 국민통합을 위해 풀어준다는 게 말이 되나. 자가당착이요 자기부정이다. 윤 대통령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사면했다. 김 차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에 재직하면서 비밀문건을 유출한 혐의 등으로 지난 10월 말 유죄가 확정됐다. 대통령이 현직 참모를, 그것도 유죄 확정 2개월 만에 사면한 것은 군사독재 정권 때도 전례가 없을 터다. 윤 대통령은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 등 검사 출신들도 복권시켰다.
법무부는 브리핑에서 “국민통합적 관점에서 (여야) 균형을 잡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만기 출소가 5개월밖에 남지 않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잔형 집행을 면제하면서 복권은 시키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전 지사는 출소해도 2027년 12월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공교롭게도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이던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는 지난 26일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건강상 이유로 1개월간 풀려난 것이지만 연장신청을 할 가능성이 크다. 법과 정의는 온데간데없고, 측근과 부패세력에게 세밑 은전을 베푼 윤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사면 농단’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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