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 상공 헤집고 다닌 북 무인기, 군은 그동안 뭐했나
북한 무인기 5대가 지난 26일 낮 남측 영공을 침범해 5시간 동안 상공을 휘젓고 다니다 북으로 되돌아갔다. 그중 한 대는 서울 상공까지 침투했지만 군은 탐지는 물론 격추에 실패했고, 오히려 이 과정에서 공군 경공격기가 추락했다. 북의 무인기가 대낮에 우리 상공에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했는데도 군당국은 이 사실을 시민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수년 전부터 군은 북 무인기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한다고 했는데 그동안 무엇을 한 것인지 따져묻지 않을 수 없다.
군은 북한 무인기 5대가 영공을 침범한 것을 국지방공레이더와 열상감시장비(TOD)로 탐지해 추적했지만 탐지와 소실을 반복하는 등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 이 중 한 대는 심지어 서울 상공을 유유히 떠돌다 빠져나갔다. 서울시내에 설치된 방공무기로 격추했어야 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군은 민간인 피해를 우려했다고 해명했지만, 서울 상공이 무방비로 뚫린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동안 군이 무인기 대책을 세워놓고도 이번에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군은 2014년 북한의 무인기가 남측에 떨어진 이후 저고도 탐지 레이더 도입, 신형 타륜형 대공포 개발, 전파 교란을 이용한 새로운 무기체계 개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항적 탐지나 격추 역량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8년 동안 도대체 무슨 대책을 세웠다는 것인가. 27일 새떼를 북한 무인기로 착각한 소동은 군의 탐지 능력 허점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현대전에서 무인기의 위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무인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게임체인저로 불릴 만큼 효과적인 무기 체계임이 입증됐다. 북한은 이번 무인기 침투를 통해 새로운 공격 양상을 시험한 것으로 보인다. 핵무기 보유를 발판 삼아 더 높은 수준의 군사 행동을 감행할 수 있다는 뜻을 비쳤다. 그렇다면 향후 무인기 도발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폭탄이나 생화학 무기를 실은 북한의 공격용 무인기가 야간에 침투한다면 더욱 막기 어렵다. 지난 몇달 새 군이 현무 미사일 낙탄과 천궁·공대지 미사일 발사 실패 등으로 대북 대응 태세에 허점을 보인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에서 드론(무인기)부대 창설을 지시하고 50% 삭감된 무인기 대응 전력 예산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국가안보회의(NSC)조차 소집하지 않아놓고 무인기 대응 실패를 전 정부 탓으로 돌렸다. 남 탓 할 때가 아니다. 북한의 추가 공세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비태세 강화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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