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4가 불지핀 게임 적정 가격 논쟁

김영찬 객원기자 2022. 12. 2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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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다” vs “이해할 수 있다” 첨예한 찬반 논란

지난 9일 '더 게임 어워드 2022'에서 디아블로4 가격이 공개되면서 게임 가격 논쟁이 점화됐다. 일반판은 9만5000원, 디지털 딜럭스 에디션과 얼티밋 에디션 가격은 각각 12만2900원, 13만6400원에 책정됐다. 2012년 발매된 디아블로3가 5만5000원이었던 사실을 감안하면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10만 원에 육박하는 디아블로4 가격은 게이머들의 심리적 저항감을 불러왔다. 가격 자체도 부담스럽지만, 4일 먼저 플레이할 수 있는 얼리 액세스가 더 비싼 에디션 상품에 포함되어 있는 점은 찬반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캐릭터를 성장시키면서 경쟁하는 RPG 특성상 다른 사람보다 먼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상당한 혜택이다.

디아블로4는 풀 프라이스 가격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냈다. 풀 프라이스란 시장에서는 AAA급 패키지 게임의 적정 가격을 뜻한다. 유비소프트의 CEO 이브 기예모는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 "앞으로 출시할 자사의 AAA급 신작 게임을 70달러에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0만 원 게임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이 시점에 풀 프라이스를 두고 게이머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기자 역시 한 명의 게이머로서 다양한 의견을 취재하고 종합해 봤다.

 

너무 비싸다 vs 이해할 수 있다

게이머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양측의 의견은 상이하지만, 서로 충분히 납득 가능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가격 상승에 반발하는 게이머들은 게임의 완성도와 과거 출시된 게임들의 미흡한 점을 꼬집었다. 게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완성도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10만 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지불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블리자드를 향한 서운함도 들어 있다. 지금까지 블리자드는 현지 상황과 물가를 고려해서 미국과 다른 가격에 게임을 출시해왔다. 그러나 디아블로4는 환율을 그대로 적용했다. 환율 차이를 악용해 저렴하게 게임을 구매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의도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과 인연이 깊은 블리자드가 단일 가격을 선택한 것에 아쉬움을 감추지 않는다. 

가격 상승이 반갑지는 않지만 이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AAA급 게임에 투자되는 여러 비용과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지불하지 못할 정도의 금액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이미 게임성이 검증된 IP는 가치가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 가격 인상 체감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꽤 오랜시간 풀 프라이스가 5만 원 안팎의 가격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오를 때가 됐다는 것이다. 

 

완성도만 보장된다면 10만 원도 아깝지 않다

기본적으로 구매하려는 물건의 가격 상승을 반기는 사람은 없다. 다만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가격 상승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디아블로 4는 오픈월드 기반의 ARPG다.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와 서버 유지 및 관리가 필수다. 단발성 플레이에 그치는 스토리 위주 게임보다는 비싼 것이 당연하다.

디아블로 시리즈의 인지도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디아블로는 직관적인 조작 방식과 새로운 액션성으로 게임계에 한 획을 긋는 명작으로 손꼽힌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관 특유의 고어 한 분위기로 게이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디아블로 시리즈로 핵 앤 슬래시 장르를 대유행 시켰으며 '블리자드'라는 게임사를 게이머들에게 각인시킨 대표 게임이다. 디아블로2는 출시 당시 2주 만에 100만 장이 판매되며 '가장 빨리 판매된 컴퓨터 게임'으로 2000년 기네스북에 선정됐다. 이 인기를 바탕으로 디아블로3는 3000만 장을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실제 판매 가격과 2022년으로 보정된 가격을 비교한 그래프

그 외에도 가격 상승에 미치는 요인은 많다. 특히 빠르게 성장해온 게임 시장 속에서 AAA 급 게임에 투자되는 개발 비용과 인건 비용,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게임인더스트리(GamesIndustry)'에 게재된 'Are video games really more expensive?'라는 글에 따르면 게임의 절대적인 가격이 5년에서 7년 주기로 상승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비율을 반영하면 게임 가격은 점점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패키지 게임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 1990년대에 판매된 게임팩 가격을 살펴보면 지금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대부분 4만 원에서 6만 원 선이었으며, 8만 원을 넘는 게임도 있었다. 당시 물가를 고려하면 굉장히 비쌌던 셈이다.

 

가격에 합당한 완성도가 우선

반대 의견 중 가장 핵심은 소비자가 게임을 구매해서 플레이해 보기 전까지 게임의 완성도를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이 이슈는 최근 몇 년 동안 지속해서 대두되었던 문제다.

대표적으로 '사이버펑크 2077'은 출시 이전부터 전 세계 게이머들의 기대를 받았던 AAA급 게임이다. 세 번의 발매 연기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게이머들의 기대감이 하늘을 뚫었지만, 정식 출시 후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수많은 버그와 최적화 문제 등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기 힘들 정도였다.

올해 최고의 게임으로 선정된 '엘든링' 역시 마찬가지다. 해외 매체들에게 압도적인 리뷰 점수를 받았으나 정식 출시 이후 최적화 문제로 질타를 받았다. 엘든링이 올해의 게임에 선정된 것에 이견은 없다. 다만 최고의 게임 자리에 올라간 게임도 출시 초기 완벽한 완성도를 선보이지는 못했다.

블리자드의 게임들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디아블로3 출시 당시 서버 장애가 오랜 시간 지속되어 불편을 겪었다. 또한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 역시 각종 버그와 번역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많은 게임이 출시 몇 개월 전부터 예약 구매 상품을 내놓는 것에 비해 완성도는 떨어졌다.

추가 과금 모델 문제도 있다. 많은 패키지 게임이 본편을 제외한 'DLC(Downloadable Contents)'를 추가 판매하거나 유료 '시즌 패스'를 내놓고 있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본편의 게임을 70달러의 가격으로 구입하고, DLC와 시즌 패스에도 지갑을 열어야 하는 지경이다. 

 

가격 논쟁, 최우선 해결 과제는?

많은 게임사가 패키지 게임의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하나의 산업적 흐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게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진화하며 다채로워지고 있다. 그와 동시에 막대한 개발 비용과 인건 비용이 들어간다. 다만 가격 인상에는 게임사와 게이머들 간의 원만한 이해관계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10년 전으로 되돌아가 보자, 그 당시만 해도 게이머는 게임을 살 때 많이 고민하지 않았다. 전체적인 퀄리티와 PC 요구 사양, 가격 정도가 고려 대상이었다면 현재는 고민의 가짓수가 굉장히 늘어났다. 

앞서 이야기한 요소는 물론이고 게임의 완성도, 콘텐츠, 플레이 타임, 과금 구조 등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게임과 시대가 변하면서 게이머들의 눈높이 역시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게임사의 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본편에 포함되었어도 충분한 콘텐츠를 DLC로 판매하거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게임을 출시하는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선결 과제는 게임의 완성도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민감한 주제인 만큼 가격 인상에 대한 합당한 퀄리티를 제공해야 한다. 완성도만 충분하다면 게이머들 역시 지불의사가 충분하다. 지속적인 개선과 건설적인 피드백으로 게임사와 게이머들 사이의 신뢰를 쌓는 과정이 관건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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