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위한 경제민주화 ‘학현 정신’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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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독일 베를린의 훔볼트대학을 방문하였다.
본관 2층으로 올라가는 벽에 "철학자는 세상을 단지 여러 가지로 해석해 왔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라는 칼 마르크스의 유명한 '포이엘 바하 테제'의 한 구절이 큰 글씨로 새겨져 있었다.
사회를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실천론을 강조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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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독일 베를린의 훔볼트대학을 방문하였다. 본관 2층으로 올라가는 벽에 “철학자는 세상을 단지 여러 가지로 해석해 왔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라는 칼 마르크스의 유명한 ‘포이엘 바하 테제’의 한 구절이 큰 글씨로 새겨져 있었다. 사회를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실천론을 강조한 것이었다. 학현 변형윤 선생님의 생애가 얼핏 떠올랐다. 선생님이 바로 세상을 올바르게 바꾸는 데 한 평생을 바치신 분이 아닌가?
그런데 그 얼마 뒤인 지난 10월초 선생님께서 갑자기 기도에 음식이 들어가 입원하셨다는 소식이 왔다. 설마 했는데 그 길로 영영 일어나지 못한 채 지난 25일 떠나셨다. 두어달 전까지만해도, 90대 중반의 고령에도 매주 화·금요일 서울사회경제연구소(서사연)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해 젊은 후학들과 도시락을 같이 먹으면서 토론과 담소를 즐기셨는데…. 벌써부터 그리울뿐이다.
선생님은 1960년 30대 젊은 교수로서 ‘4·25 교수단 데모’에 참가해 4·19 혁명을 완성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하셨다. 경제발전과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정치민주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반독재 군사정권에 항거하였다. 서울대교수협의회 회장을 하시던 1980년 대학 민주화를 선도하고, 5월 지식인 134인 시국선언에도 참여했다는 이유로 대학에서 쫓겨났으나, 이후 5년간 해직교수 모임에서 활동하시다 복직할 수 있었다.
내가 서울대 상대에 입학해 제자로 인연을 맺었을 때인 1960년대 중후반 선생님은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 평가교수단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인플레, 빈익빈 부익부 등 5개년 계획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군사독재 정권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당시 장기영 부총리와 맞서 언쟁을 벌였던 유명한 일화를 남기셨다. 한국경제가 자립 경제, 균형잡힌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정치민주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소신을 더욱 굳혀나가셨다.
전국토가 투기장이 되고 전국민이 투기꾼이 되던 1989년에는 부동산투기를 막아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구호를 내걸고 창립한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연합’의 공동대표가 되어 1994년까지 한국 시민운동의 기초를 세우셨다. 토지공개념 3법 제정, 재벌의 경제력 집중 방지, 한국은행 독립 등 경제정의 실현에 앞장섰다. 앞서 1987년에는 독자와 시민들이 직접 주주가 되어 만들어낸 새 신문 <한겨레>의 ‘창간 발기인 1번’으로 이름을 올리셨다.
인재와 후학 양성은 선생의 본업이었다. 서울대 교수(1955~1992)로서 수많은 후학들을 키우셨고 서울상대 학장(1970~1975) 시절에는 유신정권 하에서 학생들을 위해 법정에서 변론을 하기도 하고, 경찰서에서 끌려간 학생들을 훈방으로 데리고 나오는 등 제자들 보호에도 몸을 사리지 않으셨다. 1980년대 이후 경제학 각 분야에서 학문할 수 있는 인재양성을 위하여 한국계량경제학회(1986), 한국사회경제학회(1987), 한국경제발전학회(1994) 등을 창설해 경제학 중요분야의 발전의 초석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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