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얼굴 없는 천사’ 또 나타났다… 23년째 선행 이어가
“등록금 없어 꿈 접는 학생 위해 써달라”
27일 오전 11시 1분쯤 전북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 ‘발신자 표시제한’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오민희(39) 노송동 주민센터 주무관이 전화를 받자, 중년 남성은 “성산교회 오르막길에 노란색 다솔어린이집 유치원 차 뒷바퀴에 상자를 두었습니다. 어려운 분들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말만 짧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오 주무관은 ‘얼굴 없는 천사’가 나타난 것을 직감하고 이 사실을 직원들에게 알렸다.
정두리(33)·박상은(25) 주무관 2명이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3~4분을 뛰어 현장에 도착하니 전화 내용대로 A4용지 상자가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인쇄한 편지 1장과 5만원 현금다발 15개, 동전이 가득 든 빨간 돼지저금통 1개가 들어 있었다. 금액은 7600만 5580원이었다. 편지에는 ‘대학 등록금이 없어 꿈을 접어야 하는 전주 학생들과 소년소녀가장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힘내시고 이루고자 하는 모든 일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올해 세밑에도 어김없이 ‘전주 얼굴 없는 천사’가 나타났다. 2000년 4월 이후 23년째 24차례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해 이맘때도 7009만4960원을 기부했다. 올해까지 누적된 성금은 8억8473만3690원에 달한다.
전주시는 “직업도 얼굴도 알 수 없어 이 남성을 ‘얼굴 없는 천사’라고 부른다”며 “천사의 뜻에 따라 성금은 사랑의 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역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과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시는 그동안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을 현금 또는 연탄·쌀로 바꿔 생활이 어려운 6578가구에 전달했다. 2017년부터는 노송동 저소득 가정 초·중·고교 자녀 20명에게 해마다 천사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전주는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이 해마다 알려지면서 ‘천사의 도시’로 불린다”며 “얼굴 없는 천사와 같이 익명으로 후원하는 시민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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