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줘서 고마워요”…‘얼굴 없는 천사’ 23년째 곧은 선행
[KBS 전주] [앵커]
해마다 이맘때면 주민센터에 거액의 성금을 남기고 사라지는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찾아왔습니다.
벌써 스물세 해째 남모르게 이어온 선행은 올해도 낮은 곳을 향했습니다.
안승길 기자입니다.
[리포트]
오전 11시쯤 주민센터에 걸려온 전화 한 통.
인근에 주차된 어린이집 버스 옆에 상자를 놓고 갔단 말에 직원들은 서둘러 밖으로 향했습니다.
[오민희/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 직원 : "항상 발신번호 없음으로 전화를 주시거든요. 그래서 느낌이 왔습니다. 그분이 천사 분이시라는 게. 성금이 없어지면 안 되니까 빨리 직원분들께 말씀드려서…."]
상자 속에 담긴 빨간 돼지 저금통과 현금, 그리고 나눔의 뜻을 전하는 종이 한 장.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얼굴 없는 천사'의 흔적입니다.
놓고 간 돈은 지폐와 동전을 합해 모두 7천6백만 5천5백80원.
2000년 4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한 학생의 손을 빌려 전한 58만 4천 원으로 시작해, 기부액은 모두 8억 8천4백여만 원으로 늘었습니다.
벌써 23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은 천사의 손길은 소년·소녀 가장과 취약계층을 향했고, 올해는 배움을 돕고자 하는 마음까지 더해졌습니다.
[송해인/전주시 노송동장 : "이번에는 천사님의 메시지를 담아 전주에 있는 등록금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쓸 예정입니다."]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과 전주 시민들의 사연을 연극 무대에 올려온 지역 극단.
때마침 연말까지 이어지는 공연 기간 천사가 찾아왔단 소식에 더욱 뜻깊은 마음을 담아 관객들과 호흡합니다.
[이종화/창작극회 배우 : "공연하다가 천사님이 다녀가시면 대사가 바뀌는 게 있습니다. 다녀가셨다고 관객분들께 알려드리고. 공연을 올리는 자체가 저희도 같이 선행을 하고 있단 생각을…."]
추위를 녹이고 이웃을 보듬는 따스한 기부, 항상 그 자리를 지켜준 천사 덕에 시민들은 위로와 희망을 얻습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안승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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