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남아도 대출 못해줘요”…저축은행에 무슨 일이
새해를 앞두고 저축은행, 캐피탈 등 2금융권과 대부업계까지 대출 문을 걸어잠그면서 서민들의 급전창구 수요가 사실상 모두 막혔다. 햇살론 같은 정책금융상품까지도 ‘개점휴업’인 곳이 많다. 대출총량규제에 따라 올해 가계대출 한도를 모두 채운 데다, 조달금리가 연초의 두 배 이상 상승하면서 마진이 줄어 영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에서 뒤늦게 햇살론 대출금리 상한을 확대해주는 대책을 내놨지만, 대출총량규제 탓에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게다가 서금원은 햇살론 대출 실적을 국회에만 제출하고 외부에는 일체 공개하질 않아 상반기 이후 실적은 알수도 없게 막아놨다.
최근 SBI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을 비롯한 대형 저축은행들이 일부 대출에 대한 신규 접수를 일시 중단했다. 업계 2위 OK저축은행도 신규 접수를 받고는 있지만 심사를 까다롭게 진행해 대출승인율이 낮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햇살론 대출을 신청했는데 여러 금융사에서 거절당했다는 사연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공유되고 있다. 지난 달부터 일부 카드사가 선제적 위기관리 차원에서 일부 고객들의 한도를 대폭 축소했는데, 이번달 결제기한을 맞아 자금수요가 증가한 탓도 있다.
올해 저축은행권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상한선은 회사별로 10.8~14.8% 수준이다. 저축은행은 연간 증가율 상한에 따라 한 해에 집행할 수 있는 가계대출 총량을 월별로 나눠 관리한다. 사실상 매달 가계대출 한도가 있는 셈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월초에 대출 수요가 몰려 대출이 많이 나갔다면 월말에는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다”며 “요즘같은 연말에는 이미 올해치 한도를 모두 채웠기 때문에 대출을 더 내고 싶어도 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회는 업계에 제공한 ‘예탁금 운용현황’ 내부 자료에서 “가계대출 규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급등으로 여신 대비 수신이 증가해 중대형사 중심으로 입금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총 수신잔액은 10월말 약 121조원으로, 지난해말 102조원에서 약 19% 늘었지만 가계대출 증가율 상한선은 이보다 낮기 때문에 여유자금이 많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대출영업이 제한되자 저축은행들은 저신용자 대출부터 줄이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신용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 32곳 중 600점 이하 차주에게 대출을 안내준 곳은 9곳에 달한다. 2년 전인 2020년 10월에는 35곳 중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차주에 대출을 내주지 않은 곳은 3곳뿐이었다.
문제는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 대출까지도 대출총량규제 대상에 포함돼 실수요자 서민들이 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햇살론은 저신용·저소득자 금융지원 상품으로, 저축은행과 정부가 재원을 출연해 제공한다. 저축은행의 햇살론 조달금리가 급등한 것도 대출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햇살론 조달금리는 지난달 연 3.77%에서 이달 연 5.22%로 올랐다. 저축은행이 취급하는 햇살론 금리 상단은 제한돼 있는데 조달금리가 급등하자 판매할수록 역마진이 우려되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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