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이어 MB도 사면…옛 친이·친박, 여의도로 돌아올까
'드루킹 특검' 김성태도 재기 모색할 듯…"역할 고민중"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이슬기 기자 = 신년 특별사면·복권으로 옛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이 대거 '사법적 족쇄'에서 풀려나면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당장은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듯 한결같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는 정치적 재기를 도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집권여당이 된 국민의힘이 내년 3월 8일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고, 내후년 총선도 열리는 등 '정치의 계절'이 도래한 만큼 이들이 다방면에서 활동 재개를 모색할 수 있다.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박근혜 정부 때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경제부총리를 지낸 그는 친박계 핵심이자 정권의 실세로 불렸다.
부총리 시절인 2014년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올해초 형기의 80%를 채우고 가석방됐고, 이번 특사를 통해 잔형이 면제·복권됐다.
일각에서는 최 전 부총리가 '재등판'할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구심점을 잃은 옛 친박 인사들이 재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는 가석방 이후 의정활동을 함께 했던 전·현직 의원 등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인사들과 교류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부총리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향후 행보에 대해 "당분간 숙고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면·복권과 관련해선 "입장을 조만간 정리해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고 밝혔다.
한 측근도 통화에서 "최 전 부총리가 정치를 재개할지 궁금해하는 이가 주위에 적지 않고, 자신도 보수정권이 성공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보수단체를 불법 지원한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 의혹에 연루됐던 조윤선 전 정무수석의 행보도 정치권의 관심사다. 다만, 당장 조 전 수석의 정계복귀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는 게 중론이다.
한 주변 인사는 "전 정권 수사 당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개인적으로 부침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며 "정치권과는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마찬가지로 '화이트 리스트' 의혹에 연루됐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나 불법사찰 의혹에 연루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도 복권 대상이지만, 정치적 행보를 할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한 친박계 인사는 "상당수가 고령이거나, 의정활동 경험이 없는 공직자 출신 인사들"이라고 말했다.
옛 친이계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번 특사 명단에 포함된 이명박(MB) 정부 인사들이 대부분 여의도 경험이 전무한 국정원·군 관련 인사들이라는 점에서다.
다만 윤석열 정부 출범을 전후해 옛 친이계 인사들이 '친윤'(친윤석열) 그룹에 포진했다는 점에서, 과거 이들과 함께 MB 정부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정치적 데뷔를 모색할 가능성은 거론된다.
여권에선 2011년 '국정원 특활비 불법수수' 의혹에 연루된 김진모 청와대 민정2비서관과 장석명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이번 사면·복권을 계기로 정계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정부 당시 '딸 KT 채용청탁' 혐의로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던 김성태 전 의원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김 전 의원은 야당 시절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로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특검을 관철시켰다. 공교롭게 이번 사면·복권 명단에는 드루킹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도 포함됐다.
김 전 의원은 당이 열세를 보이는 서울 지역(강서을)에서 지역적 기반을 갖춘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김 전 의원 역시 자신이 드루킹 특검을 끌어내면서 문재인 정권으로부터 '정치 보복'을 당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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