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청춘학교’ 어르신 문화체험 기회 제공…“살맛나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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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군 동이면 조령리 새재마을엔 금강변을 따라 전시된 20여편의 시(詩)가 방문객 눈길을 끈다.
작품엔 평생 마을을 지키며 살아온 어르신들의 삶의 애환과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평소 전하지 못한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품들은 적적한 농촌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어 행복한 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오광식 이장(66)의 노력의 결실이다.
오 이장은 어릴 적 추억이 있는 금강과 인접한 새재마을에 2002년 집을 마련하고 대전에서 오가며 농사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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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직생활 마친후 정착
한글교육·작품전시회 등 주도
정부·지자체 예산 확보 결실도
충북 옥천군 동이면 조령리 새재마을엔 금강변을 따라 전시된 20여편의 시(詩)가 방문객 눈길을 끈다. 작품엔 평생 마을을 지키며 살아온 어르신들의 삶의 애환과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평소 전하지 못한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품들은 적적한 농촌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어 행복한 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오광식 이장(66)의 노력의 결실이다.
오 이장은 어릴 적 추억이 있는 금강과 인접한 새재마을에 2002년 집을 마련하고 대전에서 오가며 농사를 지었다. 2016년 교직생활을 마친 그는 마을의 완전한 일원이 됐다. 이듬해엔 주민들 권유로 이장도 맡았다.
이장을 맡은 첫해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할머니들의 어려움이었다. 한글을 모르는 할머니들은 회의록에 이름을 못 쓰고 버스도 물어보고 타야 하는 등 일상에서 많은 불편을 겪었다. 이에 그는 한글교실을 열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퇴직 후 귀촌한 이종섭씨(77)가 한글 지도를 맡았다.
2018년 1월 문을 연 한글교실은 배움에 한이 있는 할머니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수업을 지켜보던 그는 한달이 지날 즈음 문해교실을 열어 할머니들에게 글 쓰는 법을 가르치고 숙제도 냈다.
“처음 숙제를 받은 할머니들이 난감해했어요. 하지만 막상 결과를 받아보니 할머니들의 예민한 감수성이 글에 묻어나와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그는 한글·문해 교실에 더해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문화 체험 기회를 주고자 ‘청춘학교’를 열었다. 청춘학교에는 한지공예·요리·염색·수석모으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각 분야를 전공한 오 이장의 지인들이 수준 높은 강의를 했다. 할아버지들도 함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같은 해 10월31일, 오 이장은 그동안 쓴 시와 수석·한지공예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열었다. 귀농·귀촌인들에게도 작품을 받아 함께 전시하고 감상하며 주민 화합의 장으로 만들었다. 아울러 주민들 작품과 새재마을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주는 사진 등을 모아 책도 펴냈다.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정부·지방자치단체 지원사업에 도전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함께 의논하고 협동하며 한마음 한뜻으로 뭉쳤다. 특히 2019년 10월 열린 충북도 ‘행복마을 2단계 사업’ 경연대회에선 ‘고향의 봄’을 합창해 큰 박수를 받았다.
확보한 예산은 마을 발전과 청춘학교 운영에 쓰인다. 주민들은 꽃밭을 가꾸고 마을 표지판과 어르신들 작품을 설치해 문화공원을 조성했다. 황량한 마을길에 벽화도 그려넣었다. 최근에는 금강변을 따라 산책길을 만들고 어르신들의 새로운 작품도 감상할 수 있는 ‘문학의 거리’를 조성하고 있다.
오 이장은 “앞으로 우리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마을 정체성을 알 수 있도록 꾸미고 주민들이 다 함께 어울려 ‘사람도 자연도 살맛 나는 새재마을’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옥천=황송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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