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다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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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을 감량하려면 술과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운동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직업 특성상' '연말이기 때문에' '맛있으면 0칼로리' 등 갖가지 핑계를 대며 술과 야식을 즐기는 행동을 합리화한다.
정부가 금연·금주 등 건강실천 캠페인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이유는 국민 건강이 나빠졌을 때 드는 의료비와 사회적 손실이 캠페인 비용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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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을 감량하려면 술과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운동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직업 특성상’ ‘연말이기 때문에’ ‘맛있으면 0칼로리’ 등 갖가지 핑계를 대며 술과 야식을 즐기는 행동을 합리화한다. 몸에 미칠 악영향을 애써 외면하는 사이 건강은 서서히 무너진다.
최근 만감류 조기 출하가 감귤에 부정적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는 내용을 취재하며 목도한 모습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농가들은 만감류가 최적의 맛과 향을 내는 시기에 출하하는 것이 옳다는 사실을 대부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여러가지 이유를 들며 조기 출하에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음을 설명했다. ‘명절 대목을 놓치면 이후 가격이 떨어질까 불안해서’ ‘계약한 유통인이 조기 출하를 종용해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등이 그 이유였다.
만감류 조기 출하가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실제 감귤출하연합회에 따르면 12월이 출하 적기로 알려진 <황금향>이 8·9월에 조기 출하되는 것은 2010년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이 기간 출하물량도 2010년 6t을 시작으로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엔 무려 471t이 시장에 나왔다. 다른 만감류도 대동소이하다.
고유의 풍미가 부족한 만감류가 해마다 조기 출하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는 ‘만감류가 예전만 못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한두번 정도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좋지 않은 경험이 반복되면서 부정적 이미지는 굳어진다.
실제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에서 올 9월 <황금향>을 구매한 고객 댓글에는 좋은 의견도 많았지만 “안 익었으면 팔질 말았어야죠” “싱겁고 맹맹하다” 등의 반응도 눈에 띄었다. 만감류 농가들이 당장 조기 출하 부작용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자정 노력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물론 조기 출하에 적응된 농가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단번에 술을 끊거나 맛있는 음식을 멀리하기 어려운 것처럼. 하지만 건강한 감귤 산업을 위해선 이 길이 유일하고 확실한 방법임을 유념해야 한다.
농정 당국의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제주도는 ‘고품질 만감류 출하조절 장려금 지원사업’으로 <한라봉> <천혜향> 등을 3월 이후 출하하는 농가에 일정 금액을 지원한다. 적기 출하의 중요성을 행정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보다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금연·금주 등 건강실천 캠페인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이유는 국민 건강이 나빠졌을 때 드는 의료비와 사회적 손실이 캠페인 비용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다. 감귤 산업이 더 큰 위기에 처하기 전에 적기 출하를 지원하는 예산을 크게 늘리는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심재웅 (전국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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