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가축방역관 부족, 수의대 신설로 해결 안된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해마다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축산농가와 방역당국은 가축질병 특별방역기간을 선포하고 방역 강화에 나선다.
가축방역관은 가축전염병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살처분 현장을 책임지는 등 지역 일선에서 방역업무를 수행하는 직책으로, 공중방역수의사와 함께 국가 가축질병 방역현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같은 가축방역관이라고 해도 서울과 광역시는 경쟁률이 2대1에서 5대1까지 된다.
그 결과가 지금의 가축방역관 부족 사태를 만들었고 이 문제 해결 없이는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축산농가와 방역당국은 가축질병 특별방역기간을 선포하고 방역 강화에 나선다. 그러나 ‘특별’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이제는 일상이 돼 버린 지 오래다. 올해도 10월 경북 종오리농장에서 시작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는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올해는 과거와 달리 오리에서 폐사율이 높고 전파력과 병원성이 강해 그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3년 넘게 발생해 전국적 확산을 눈앞에 두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그 끝을 예상하기도 힘들다. 한편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원헬스(One Health)가 주목받는 가운데 인수공통전염병의 컨트롤 측면에서 수의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반복되는 가축전염병과 인수공통전염병을 막아내는 데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 부족한 가축질병 연구개발(R&D) 예산과 효율적인 가축질병 컨트롤타워의 부재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가축방역관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사실이다.
가축방역관은 가축전염병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살처분 현장을 책임지는 등 지역 일선에서 방역업무를 수행하는 직책으로, 공중방역수의사와 함께 국가 가축질병 방역현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축방역관은 2018명이 적정 인원이지만 현재는 약 63%인 1270명(8월 기준)만 근무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강원·경북·전북 같은 가축 사육마릿수가 많은 지자체에서 특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같은 가축방역관이라고 해도 서울과 광역시는 경쟁률이 2대1에서 5대1까지 된다. 고병원성 AI, 구제역, ASF 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해 근무 여건이 열악한 지역을 기피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정 지자체와 대학은 수의과대학을 신설해 수의사를 증원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황당함을 넘어 무책임한 일이다. 근본적인 처우 개선 없이는 수의사가 늘어나더라도 그들을 방역현장에 묶어 둘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불균형을 야기할 뿐이다.
그렇다면 근무 여건이 열악한 것만이 문제일까? 공중방역수의사로 전역한 수의사들은 왜 가축방역관으로 남아 있지 않고 방역현장을 떠나는 것일까? 희생만 강요하는 방역현장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2017년 6월에 정부가 가축방역관의 처우를 개선한다는 발표 이후 충원율이 일부 회복됐다. 그러나 근본적인 처우 개선은 아니었다는 게 주된 의견이다. 상식을 벗어난 수준의 대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다른 분야 수의사들이 갖는 평균적인 근무환경은 마련해줘야 한다.
수의과대학은 2004년부터 6년제 교육과정으로 개편돼 수의사를 배출한다. 20년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가축방역관인 수의사의 공무원 직급은 7급이다. 6년의 교육과정을 갖는 학과 가운데 6급이 아닌 직군은 수의직이 유일하다. 준비가 필요하다거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는 더이상 설득력이 없다. 그 결과가 지금의 가축방역관 부족 사태를 만들었고 이 문제 해결 없이는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어느 때보다 동물전염병이 인류의 건강과 일상생활에 막대한 악영향을 주고 있다. 따라서 가축전염병과 인수공통전염병 확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가축방역관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 과정에서 그 누구도 젊은 수의사들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 역할이 중요한 만큼 그에 합당한 처우를 받아야 하고, 이들이 방역 현장에서 국가를 위해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여건은 만들어야 한다.
조호성 (전북대 수의과대학 교수)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