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고수되기] 백설기 위 손끝으로 피운 앙금꽃…떡케이크, 정성에 감동해 입이 ‘떡’
쌀가루반죽 20분 찌면 케이크 완성
한김 식힌 후에 백앙금 두껍게 도포
초보자들은 작약·장미 도전해볼만
다양한 크기로 만들수록 풍성해져
빵집 진열장에 화려한 케이크가 보이기 시작하면 비로소 연말이 실감 난다. 연말에는 가족ㆍ친구ㆍ애인 등 소중한 사람들과 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수고했다고 위로하고, 올해보다 나은 새해가 되도록 기원한다. 올해는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수입 밀로 만든 케이크보다 우리쌀로 만든 떡케이크가 의미를 더할 것이다. 서울 구로구 제이솔케이크에서 떡케이크를 만들어봤다.
“두시간이면 맛있는 떡케이크를 뚝딱 만들 수 있어요. 걱정 말고 따라오세요.”
떡케이크라고 고루하게 느껴진다면 오산이다. 구로구에 있는 제이솔케이크의 대표 조미혜씨는 꽃ㆍ미역국ㆍ농부ㆍ등산 케이크 등 예쁘고 기발한 떡케이크를 만든다. 조 대표 케이크는 모양이 남달라 연예인에게도 사랑받는다. 올해 tvN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퓨전 사극 <슈룹> 종방연 기념 배우 김혜수 케이크, 개그맨 이국주의 어머니 생신 케이크도 이곳에서 제작했다.
“8년 전 처음 이 일에 뛰어들 땐 예쁜 떡케이크가 희소했지만 요새는 경쟁업체가 많아서 눈에 띄게 기발한 아이디어를 더해 제작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요즘은 미역국 모양의 떡케이크가 인기 많죠.”
이날은 꽃케이크 만드는 법을 배워봤다. 꽃케이크는 떡케이크 위에 앙금으로 빚은 꽃을 올려 만든다. 조 대표는 앙금으로 작약ㆍ천일홍ㆍ카네이션ㆍ수국 등 꽃 30여종을 만들 수 있다. 재료는 매우 간단하다. 흰강낭콩으로 만든 백앙금과 식용색소, 꽃 모양 깍지, 짤주머니만 있으면 된다. 꽃 색깔을 정하고 백앙금에 식용색소를 넣어 색색 앙금을 만든다. 이걸 꽃 모양 깍지를 낀 짤주머니에 넣어 준비하면 된다. 초보자는 작약이나 장미에 먼저 도전해보는 걸 추천한다.
“장미는 모양 만들기가 쉬운데 앙금을 균일하게 짜기 어려울 수 있어요. 작약은 꽃잎 끝이 약간 갈라져 있어서 초보자가 만들어도 티가 덜 나죠.”
난도가 가장 낮은 작약을 만들어봤다. 스테인리스로 된 꽃받침에 기둥이 될 백앙금을 엄지손가락만큼 짠다. 이러면 꽃이 무너지지 않고 풍성하게 보인다. 그리고 꽃받침을 회전시키면서 최대한 균일하게 꽃잎을 짠다. 꽃잎을 짤 때 짤주머니를 어느 정도 힘을 줘 잡는 게 좋다. 그럼 흔들림 없이 예쁜 꽃을 만들 수 있다. 어설프게 꽃잎을 짜자 조 대표가 짤주머니를 잡고 도와줬다.
“누구나 첫단계는 쉽지 않아요. 꽃을 여러송이 만들어보면서 감을 익히는 거죠. 보세요. 처음 만든 꽃보다 두번째 만든 꽃이 더 잘됐죠?”
조색을 할 때도 한가지 색으로 하기보다는 색을 약간 섞으면 수채화 물감으로 칠한 듯 예쁜 꽃이 탄생한다. 짤주머니에 분홍색ㆍ흰색 앙금을 적절하게 넣고 섞지 않은 채로 짜는 게 비결. 앙금으로 만드는 꽃인데도 생화처럼 피어나서 깜짝 놀란다. 꽃은 다양한 크기로 만드는 게 좋다. 케이크를 장식할 때 훨씬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앙금꽃을 10송이 정도 완성했다면 이번에는 바탕이 될 떡을 쪄야 한다. 떡케이크를 만들려면 쌀가루ㆍ물ㆍ설탕ㆍ찜기가 필요하다. 곱게 체에 거른 쌀가루에 물 적당량과 설탕 한숟가락을 넣어준다. 소금으로 간을 맞춰도 좋다. 반죽을 했을 때 되직하면 된다. 반죽은 케이크 틀에 부드럽게 넣는다. 너무 빡빡하게 넣으면 떡이 맛없다. 찜기에 20분 정도 찌면 완성이다.
“떡을 찔 때 견과류나 말린 호박, 흑임자도 넣을 수 있어요. 블루베리나 라즈베리잼을 발라 새콤달콤함을 더하기도 하죠.”
공방에서 옛날 방앗간에서나 나던 고소한 쌀 냄새가 풍긴다. 찐 떡은 한김 식히고 위에 백앙금을 두껍게 바른다. 떡이 마르는 걸 방지하고 꽃을 안정적으로 얹을 수 있어서다. 꽃을 수북하게 올리면 ‘돔형 앙금케이크’가 되고 케이크 주변으로 빙 두르면 ‘리스형 앙금케이크’가 된다. 꽃을 한개씩 올리다보면 어느새 작은 꽃바구니가 완성된다. 꽃 보기 어려운 겨울철, 마음속에도 꽃이 핀 기분이다.
“떡케이크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맛이에요. 보기에도 예쁜데 달지 않고 담백하며 쌀로 만들어서 포만감도 들죠. 손님들이 케이크를 주문하고 가져갈 때 표정을 보면 저도 덩달아서 즐겁고 행복해요. 연말에 소중한 분에게 정성 들여 만든 떡케이크를 선물해보세요.”
박준하 기자, 사진출처=제이솔케이크 인스타그램 @jsolcake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