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수연 "청중에게 받은 과분한 사랑, 돌려줄게요"
기사내용 요약
2023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1년 활동
'화음' 주제로 다섯 번 무대…"보이는 음악"
"레퍼토리 확대 기대, 최대한 즐겨볼게요"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선배 상주 음악가들에게 이 순간이 너무 특별한 경험이라고 들었어요. 젊은 연주자에겐 쉽게 가질 수 없는 경험이죠. 책임감도 느끼지만 최대한 즐겨보고 싶어요."
피아니스트 김수연(28)이 2023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의 주인공이 됐다. 새해에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를 시작으로 상주음악가로 다섯 번의 무대를 꾸민다.
그는 27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무대에서 관객들과 지속적인 교감을 할 수 있다는 게 특별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무대에서 어두컴컴한 조명으로 객석이 보이지 않아도 관객들이 느껴져요. 시간적인 여백 속에 들리는 숨소리나 기가 전해지죠. 공연에 집중해서 듣는 관객들에게 저도 힘을 받아 연주해요. 연주자로서 보석 같은 순간이죠."
지난해 몬트리올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하며 주목 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벨기에에서 열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도 출전해 준결선까지 올랐다. 팬데믹으로 불확실한 상황에 모두 지원했는데, 몬트리올 콩쿠르가 온라인으로 개최되며 두 개를 병행할 수 있었다.
"다행히 몬트리올 우승 소식을 들었을 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연주를 다 끝낸 상황이었어요. 사실 동시에 하는 건 부담인데, (스승인) 파벨 길릴로프 선생님이 너무 당연하게 두 콩쿠르를 다 할 수 있다고 했죠. 앞으로 더 많은 연주를 하는 게 일상일 텐데 좋은 공부가 될 거라고 했어요. 격려 덕분에 힘을 얻고 준비할 수 있었죠."
최근 우승으로 여러 기회를 얻은 만큼 다시 대회에 나갈 계획은 없다고 했다. "유학 생활 동안에 적지 않은 콩쿠르에 참가했어요. 더 어렸다면 열린 마음이었겠지만, 지금 필요하진 않은 것 같아요. 콩쿠르를 통해 많이 성장했지만, 그걸 벗어나니 자유로웠죠. 더 이상 나가지 않겠다고 다짐한 후에 음악적인 풍요로움과 경계의 확장을 느꼈어요."
김수연은 상주음악가로 '화음(畫音): 그림과 음악'을 주제로 무대를 꾸민다. 그림을 그리는 기법에 착안해 청각을 활용하는 음악과 시각적인 그림의 요소를 연결했다. "음악을 들으면 누구나 이미지를 갖는다. '눈에 선하다'는 표현처럼, 보이는 듯한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인생 모토인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내년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 '스케치'(1월5일)를 시작으로 한 해를 연다. 그림의 기초를 스케치하는 것처럼, 그를 성장하게 한 바흐와 모차르트, 프랑크, 쇼팽의 작품들로 채운다.
이어 4월27일엔 정격의 대명사인 소나타와 정반대의 자유로운 환상곡을 녹여낸 '블렌딩', 8월31일엔 처음 도전하는 가곡 콘서트로 테너 김세일과 함께하는 '명암'을 선보인다. '사랑'을 뜻하는 그리스어인 '필리아'를 제목으로 그에게 "각별한 작곡가"인 모차르트로 꾸민 공연(9월7일)도 있다. 가을 무렵엔 모차르트 곡으로 녹음한 첫 앨범도 발매될 예정이다.
마지막 무대 '콜라주 파티'(12월7일)는 현악 사중주단 다넬 콰르텟과 쇼스타코비치·드보르자크의 피아노 오중주를 들려준다.
5살에 피아노를 시작해 만 10세에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다. 만 19세에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에서 공부했다. 스승인 피아니스트 길릴로프는 김수연에게 "누구보다 청중을 사로잡으며 청중과 연결되어 있는 음악가"라고 평했다.
"선생님은 제게 음악의 아버지 같아요. 항상 피아니스트가 아닌 음악가가 되라고 했죠. 피아노를 잘 치는 맛에 치우치지 말고 음악을 바라보길 바랐죠. 돌이켜보면 테크닉보다 음악 자체, 악보를 들여다보는 공부를 했어요. 선생님은 악보에 늘 연필로 썼는데, 펜을 쓰지 않은 건 악보가 절대적이며 그걸 존중하는 의미였죠. 저 역시 악보 이면에 숨겨진 작곡가의 의도를 보려고 노력해요."
상주음악가로서 1년 활동을 마친 후도 상상했다. "그 어느 때보다 성취감과 뿌듯함이 클 것 같다. 레퍼토리가 더 넓어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크다"고 했다.
"저는 '자연스러운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듣기 좋아요. 제 이상향이나 색깔과도 잘 맞죠. 항상 음악가라서 감사해요. 음악을 하지 못했으면 만나지 못했을 소중한 인연들이 많죠. 청중들께 받은 과분한 사랑을, 환원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언제 어디서 연주하든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2013년부터 시작된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는 내년에 11년째를 맞는다. 피아니스트 김다솔·선우예권·박종해,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조진주·양인모·이지윤·김동현, 첼리스트 문태국,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이 활동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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