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면 햄버거 사줄게”… 고교 학생회장 선거 ‘무효’

청주지법 전경. /조선일보DB

충북 충주의 한 고등학교 학생회장과 부회장이 법원에서 당선 무효 판결을 받았다. 불공정 선거 운동을 했다는 이유다.

청주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이효두)는 충북 충주의 K고교 학생회장 선거에서 낙선한 A군이 충북도교육감을 상대로 낸 학생회 임원 당선자 결정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A군은 지난 7월 15일 치러진 이 학교 학생회장 선거에서 부당함이 있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A군 측은 학생회장에 당선된 B군의 부회장 러닝메이트인 C군이 유권자인 1학년생에게 “선거 운동을 도와주면 햄버거를 사주겠다”며 음식물 제공을 약속하고, A군과 팀을 이룬 부회장 후보 D군에게 강압적 언행을 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A군은 또 “이 같은 주장에도 학교 측과 학교 선거관리위원회는 묵인했다”며 법정대리인인 부모를 통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B군 측의 행위가 후보자 등록 무효나 경고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학교 선거규정에 따르면 선관위는 후보자 등록 무효 사유 또는 경고 사유를 확인하면 반드시 그에 따른 조치를 해야 하고, 경고가 2회 이상 누적되면 후보자 등록을 무효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학교 선관위가 이 사건 선거 관리에 관한 선거 규정을 위반했고, 이런 위반이 없었다면 기호 1번 후보자(B·C)들은 2회 이상의 경고가 누적돼 후보자 등록 무효로 후보자 자격을 상실하고 당선인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교 선관위의 규정 위반 행위가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라며 “기호 1번 후보자에 대한 당선인 결정은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학교 측은 판결문을 검토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