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일 칼럼] 경제안보시대 식량정책의 전략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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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이 장기화하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디지털화, 불평등, 기후위기가 심화하면서 각국의 대응은 광범위한 글로벌 정책 패러다임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경제안보가 국가안보다"라고 말한 이후 경제안보라는 용어가 중요 핵심품목의 공급망 안정화를 의미하는 새로운 키워드로 정착되고 있다.
경제안보시대 식량안보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화한다면 국가 운영의 필수과제로 대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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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이 장기화하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디지털화, 불평등, 기후위기가 심화하면서 각국의 대응은 광범위한 글로벌 정책 패러다임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유럽에서는 중요 산업을 역내로 이전하고 필수 산업을 역내에서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과 일본에서도 신자유주의 시대 흐름과 반대로 자국 기술과 공급망 안정화라는 새로운 산업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경제안보가 국가안보다”라고 말한 이후 경제안보라는 용어가 중요 핵심품목의 공급망 안정화를 의미하는 새로운 키워드로 정착되고 있다. 좀더 포괄적으로 정의하면 경제안보는 자연재해 또는 경제적인 대외 충격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갖는 자유로운 상태를 뜻한다고 할 수 있다.
국민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에서 경제안보 개념은 식량·에너지·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등 다양한 과제의 균형 있는 해법을 포함할 수밖에 없다. 다만 여기서는 식량안보에 관련되는 몇가지 핵심적인 과제를 논의하기로 한다.
우리는 그동안 ‘식량안보=식량자급률 제고’라는 지극히 단순한 도식에 익숙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식생활은 글로벌 푸드시스템에 깊숙이 편입돼 있어 국내 농업자원으로 조달되는 국산 곡물의 공급량은 식용·사료용·가공용 등 전체 수요의 2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국내 농업자원의 4배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의 외국 농지와 농업용수에 의존한다.
일반적으로 식량자급률은 사료와 공업 원료곡물을 포함한 전체 곡물자급률, 식용 곡물자급률, 영양 기준의 칼로리자급률 등 여러가지 지표로 측정된다. 여기서 핵심 문제는 기초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 식량안보 대책이라고 하겠다. 평상시 수급안정에 못지않게 긴요한 과제는 전쟁이나 전면적인 식량무기화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해도 국민 생활을 뒷받침할 플랜B(비), 즉 비상식량 확보대책이다. 경제안보시대 식량안보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화한다면 국가 운영의 필수과제로 대두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현행 식량수급 구조를 심층분석해 긴요도에 따라 분류하고 중요 품목별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시장에 맡겨두기 어려운 정책은 개입할 영역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요식량은 비축제를 운영하고 유휴농지와 잠재적 농업자원을 활용해 국내 식량생산을 확충해야 한다. 또 경제적 유인체계를 개편해 특정 품목의 과잉공급에 따른 자원낭비를 막고 중요 품목을 생산하려는 합리적 자원배분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식량자급률을 향상하기 위한 또 하나의 과제는 현재 총공급의 30%에 가까운 식품폐기물을 감량하려는 다각적인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리를 포함한 선진국이 절제된 식생활로 개선하는 ‘인류 공존의 지혜’가 요구된다. 최근 도시지역에 시민농원을 조성해 먹거리를 가까운 곳에서 스스로 조달하려는 시도가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예로 미국 서부 해안의 ‘먹을 수 있는 경관(Edible Landscape)’ 운동이나 독일 베를린에서 종래의 비행장 일부를 공공농원으로 조성해 다양한 유기농산물을 재배하는 도시농원 등을 들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직을 개편하면서 신설된 식량정책실이 국제 농산물 공급망의 불안정과 식량안보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정책의 산실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정영일 (농촌사랑범국민운동본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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