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토론] 고병원성 AI, 발생시기·확산세 빨라져…전문인력 적극 유입·양성해야
동시다발 발생…수평전파 가속
방역관 부족…능동예찰 강화
송치용 회장
농장·지역·품종별 맞춤대응을
민·관 합동프로그램 개발해야
최강석 교수
발생시기 농장 소독 더 철저히
가금수의사 수 큰폭 확대 시급
- 최근 국내 고병원성 AI 발생 실태를 진단한다면.
▶최강석=2014년 이후 고병원성 AI가 2019년을 제외하고 매년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유라시아 철새들 사이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점차 상재화(Endemic)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유럽·아시아·북미에서 AI가 대유행하고 있으며, 북미를 거쳐 중남미 지역까지 확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최근 국내에 상륙한 철새에서 바이러스 검출 빈도가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철새를 통해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되는 시기가 점차 빨라져 농장에 최초 발생하는 시기도 2020년 11월26일, 2021년 11월8일, 2022년 10월17일로 매년 2∼3주씩 앞당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올 10∼11월에 가금농장 피해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고, 적어도 1월 중순까지 피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바이러스는 지난해에 비해 오리에서 감염력이 100배가량 강한 것으로 알려져 상대적으로 오리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손영호=올겨울 AI 바이러스는 과거보다 병원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 겨울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가금농장 가운데 47%가 능동예찰 과정에서 포착됐던 것과 달리 올해는 농가에서 의심신고가 들어와 검출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오리 축종에서 신고가 많아진 것은 바이러스 병원성이 강해 임상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는 의미다. 오리 폐사율도 높게 나타났다. 또 과거에는 발생 초기에 주로 오리농장에서 AI가 발생하다 중·후기로 넘어가면서 닭에서 많이 발생하곤 했는데, 올해는 초기부터 종오리·종계, 육용오리·육계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축종에서 AI가 발생했다. 여러명의 선수가 동시에 출발선을 달려나간 꼴이라 시간이 흐를수록 수평전파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는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 매년 철새가 도래하는 국내 환경에서 오염원 유입을 근본적으로 제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연례화하는 고병원성 AI 피해를 줄일 획기적인 대책은 없을까.
▶최강석=철새 바이러스가 상재화돼 농장 피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도를 찾지 못하는 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 상황이다. 야생철새로부터 농장에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과정이 여러가지가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 구체적 과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난제를 규명해야 철새로부터 발생하는 농장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다만 올해 AI 발생농장 대부분이 방역관리에 미비했던 것으로 나타나므로 최소한 발생시기만이라도 농장에서 소독 조치, 특히 축사를 출입할 때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강하게 소독해야 한다.
▶송치용=철새가 많이 날아오는 지역에 방역을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농장·지역·축종별로 대응 수준이 달라야 한다. 필요하다면 입기구 공기를 필터링해야 한다. 일률적인 방식으로는 안된다는 의미다. 또한 한가지 전제가 반드시 충족돼야 한다. 방역 주체는 농장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행정력이 동원돼 겨우겨우 질병을 방어한다 해도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규제가 무서워 따르는 방역이 아니라 농장 스스로 필요성을 절감해 능동적으로 방역에 임해야 한다. 이를 위한 교육과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전략을 세울 때다.
- 고병원성 AI 백신을 도입하자는 논의도 활발하다. 이에 대한 의견은.
▶손영호=최근 전세계적으로 고병원성 AI 발생이 늘면서 백신접종 검토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국내 산업보호 측면에서 백신 도입은 보다 신중히 따져봐야 할 문제다. 백신접종 정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과 출구전략 마련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 만일 백신을 도입한다 해도 생산자 단체, 전문가 집단과 충분히 협의한 후 산업이 결정하고 정책이 따라가는 형태가 돼야 한다. 생산자 내부에서도 저마다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정책이 백신 도입을 결정해 끌고 가서는 안된다.
▶최강석=백신 접종정책 도입은 아직은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 바이러스 확산을 통제하려면 모든 가금종에서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로선 산란계·종계만 가능하지 오리 등 다른 축종과 육계에 적용할 백신이 없다. 긴급 백신정책은 면역반응이 한달 이상 소요되는데 AI 발생 기간에 하는 것은 방역 대응인력을 분산해 질병 확산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으므로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 백신을 도입한다면 결국 상시 백신인데, 이는 질병 상재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며 그 상황에서도 살처분 정책을 포기할 순 없을 것이다. 살처분 정책이 백신접종보다 비용 편익 측면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AI가 많이 발생하는 유럽과 미국에서 백신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정부 방역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제안한다면.
▶송치용=농장 방역을 합리적으로 수행하려면 민간 전문가의 협조가 필요하다. 소독만 하더라도 시·군에서 겨울철 사용하기 부적합한 약품을 공급하거나 정확한 방식을 따르지 않아 하나 마나 한 결과를 초래하곤 한다. 관이 민간 전문가와 함께 농장별 특성에 맞는 최적의 방역 프로그램을 만들고 효과가 검증된 데이터를 축적해 그 결과를 가지고 입식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개선돼야 한다.
▶손영호=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지방자치단체의 가축전염병 대응 인력은 그야말로 업무 과부하 상태다. 고병원성 AI 같은 재난성 가축질병 외에는 손댈 여력도 없다. 전문인력을 양성해 가축방역관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또 현재 실시하는 ‘사육기간 중 정기검사’나 ‘출하 전 검사’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 위험시기별로 검사 농가수, 농가당 검사 샘플사이즈 등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능동예찰로 가중되는 업무 부하를 줄여야 한다.
▶최강석=가금수의사는 가금농장 현장방역에서 가장 중요한 전문가 집단이다. 산업 현장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농장 방역시설 관리, 지도·점검, 발생농장 역학조사 등에서 활약해 질병 발생 피해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가금수의사 인력이 소수인 데다가 현재 가축방역 정책에서는 산업동물 수의사가 활동하는 영역과 진료·처방 분야의 입지마저도 줄고 있는 게 현실이다. 농장 전담 수의사제도, 가금수의사의 질병검사 확대, 농장 처방제와 진료권 강화, 정부 정책 참여 확대 등 수의사 유입을 촉진할 정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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