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겨울채소 운송비 상승…농가 ‘시름’

심재웅 2022. 12. 2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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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가격은 그대로인데 운송비마저 치솟으니 갈수록 농사짓기 힘듭니다." 제주지역 겨울채소 농가들이 시름에 잠겼다.

코로나19 여파로 인건비와 자재비 등이 크게 올라 영농 여건이 악화한 가운데 최근에는 운송비까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김태언 애월농협 상무는 "물류업체에선 최근 들어 유류비와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계약단가를 크게 인상하고 있다"면서 "출하농가는 운송비 등 유통비용을 제한 금액을 정산받는데 운송비 상승으로 농가 수취가가 줄어들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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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무·당근, 과일에 비해
중량 높고 단가 낮아 ‘치명타’
생산비 느는데 가격은 안올라
“수익은커녕 손해볼판” 한탄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에서 도매시장에 출하하기 위한 양배추가 화물차에 실려있다.

“농산물 가격은 그대로인데 운송비마저 치솟으니 갈수록 농사짓기 힘듭니다.”

제주지역 겨울채소 농가들이 시름에 잠겼다. 코로나19 여파로 인건비와 자재비 등이 크게 올라 영농 여건이 악화한 가운데 최근에는 운송비까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농가들 사이에선 시장가격은 지지부진한데 생산비는 오르기만 하니 올해 농사는 수익은커녕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채소류는 감귤 등 과수에 비해 한개당 중량은 많이 나가지만 단가는 낮아 운송비 상승 여파가 더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도내 겨울채소 주산지 농협의 1㎏당 평균 물류비 계약단가는 127.4원으로 2021년산(106.7원) 대비 무려 19.4%나 올랐다. 품목별로는 양배추가 123.1원에서 150.6원으로 22.3% 상승했으며 겨울무와 당근도 각각 17.0%·18.2% 인상됐다. 2020년산 기준으로는 2년간 오름폭이 27.9%에 달한다.

강금란 서귀포 성산일출봉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센터장은 “업체별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 20㎏ 1상자당 2000원 수준이던 운송비가 올해 약 2800원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김태언 애월농협 상무는 “물류업체에선 최근 들어 유류비와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계약단가를 크게 인상하고 있다”면서 “출하농가는 운송비 등 유통비용을 제한 금액을 정산받는데 운송비 상승으로 농가 수취가가 줄어들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생산원가는 상승일로인데 금리인상과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부진 탓에 농산물 가격은 제자리거나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다. 실제 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가락시장 평균 도매가격을 살펴보면 양배추는 8㎏들이 상품 한망 기준 5512원으로 같은 기간 평년(5909원)보다 6.7% 낮아졌고 겨울무 역시 20㎏들이 상품 한상자당 1만1570원으로 평년(1만3032원)보다 1462원 떨어졌다.

애월읍 곽지리에서 25년째 양배추농사를 짓는 고성관씨(55·애월농협 양배추생산자협의회장)는 “영농비 인상분을 고려하면 8㎏들이 한망당 시장가격이 최소 7000∼8000원은 돼야 한다”며 “생산비는 날이 갈수록 오르는데 가격은 오르질 않으니 농사를 지을수록 적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사를 시작한 이래 올해가 가장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더구나 양배추와 겨울무는 본격 성출하기를 맞아 앞으로 시장 공급물량이 더 늘어날 전망이라 가격 반등 여지를 찾아보기 어려운 형국이다. 강 센터장은 “겨울무는 현재 15∼20% 출하됐으며 후기 물량이 많이 남아 있다”면서 “생산원가도 건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 농가들은 수확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기존 가락시장 ‘하차거래 전환 품목 추가 물류비 지원사업’이 올해를 끝으로 중단될 예정이어서 농가 운송비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는 가락시장 물류 효율화를 위해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017년 무·양배추·양파 등 7개 품목에 대한 팰릿 하차거래를 추진하면서 추가로 발생하는 물류비를 서울시와 제주도가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시 지원은 지난해 중단됐으며 도 또한 이 사업이 기존 일몰기한(3년)을 초과했음에도 유예를 거듭해 올해까지 이어왔지만 더는 연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해상물류비 지원사업 규모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만6529㎡(5000평) 규모로 당근을 재배하는 오양석씨(64·구좌읍 월정리)는 “영농비 부담이 농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진 만큼 운송비 지원을 위한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서귀포=심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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