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자급률’ 2027년 55.5% 목표…가루쌀·밀·콩 생산 증대
‘전략작물직불제’ 확대 개편
밀·콩 등 1㏊ 250만원 지원
농지면적 150만㏊수준 유지
공공비축 늘리고 시설 조성
국가간 협력체계 구축 노력
비상시기 안정적 식량 확보
정부는 2027년 기준 밀 8%, 콩 43.5% 등 전체 식량자급률을 55.5%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농지 면적을 150만㏊ 수준으로 유지한다. ‘곡물 엘리베이터’를 올해 2곳에서 5곳으로 늘리고, 국내 기업이 확보한 해외 유통망을 활용해 국내로 반입하는 물량을 지난해 61만t에서 2027년 300만t으로 크게 확대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3차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 방안’을 내놨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모두발언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또 한번 일깨워줬다”면서 “정부는 밀·콩 등 주요 작물의 국내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안정적인 해외 곡물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등 전략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초 식량작물 생산 확대=정부는 기초 식량작물 생산을 확대해 하락 추세인 식량자급률을 상승세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식량자급률은 2017년 51.9%에서 2021년 44.4%로 떨어졌다. 이를 2027년에 55.5%로 반등시킨다는 것이다.
우선 전문 생산단지를 확충하는 등 대규모·집중 생산체계를 구축한다. 올해 100㏊ 규모인 가루쌀(분질미) 전문 생산단지를 2026년 4만2100㏊로, 밀·콩은 올해 각 7000㏊에서 2027년 2만1000㏊, 1만4000㏊로 확대한다. 이를 통해 가루쌀 생산량은 2026년 20만t, 밀·콩은 2027년 각각 16만8000t, 4만7000t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기존 논활용직불제를 내년부터 ‘전략작물직불제’로 확대 개편해 가루쌀·밀·콩을 생산하는 농가에 재배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겨울에 밀(또는 조사료), 여름에 콩(또는 가루쌀)을 재배하면 1㏊당 250만원을 받는다.
아울러 기후변화에 통합적으로 대응하는 ‘농식품 기후변화 대응센터’를 2026년까지 설립한다. 가뭄·홍수 등 반복되는 자연재해에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농업 생산기반도 지속적으로 정비한다. 2027년까지 농업 생산의 30% 이상을 스마트농업으로 전환하는 등 스마트농업을 활성화하고 기계화를 지원해 생산성을 높인다.
◆농업진흥지역 중심 농지관리 체계화=정부는 식량자급률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농지 보전 목표도 설정한다. 최근 5년간(2017∼2021년) 연평균 농지면적 감소율은 1.2%다. 이를 0.5%로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2027년 적정 농지면적을 150만ha 수준으로 유지한다.
설정한 농지 보전 목표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각각 기본·실천 계획을 수립하는 등 중장기 농지 보전을 위한 관리체계를 구축한다. 2024년까지 농지대장을 정비해 전국 농지 소유·이용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농업진흥지역 도면·필지 정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한다. 농업진흥지역 지정 기준을 논·밭으로 구분 조정한다. 농지전용 허가 권한을 위임하는 범위를 조정하고 다른 부담금 사례를 고려해 농지보전부담금 부과체계를 바꾼다.
◆기초 식량작물 비축 확대와 신수요 창출=정부는 기초 식량작물에 대한 공공비축을 확대한다. 국산 밀 비축 목표량을 올해 1만7000t에서 2027년 5만t으로, 국산 콩은 2만5000t에서 5만5000t으로 높인다. 국내 밀 생산 확대에 대응해 밀 전용 비축시설을 신규 조성한다.
국산 가루쌀·밀·콩 수요처에 계약재배, 원료 할인 공급, 신제품 개발 등을 지원해 소비 수요를 발굴한다. 국산 가루쌀·밀을 활용한 빵·과자 등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지원하고, ‘푸드테크(첨단식품기술)’ 산업과 연계해 국산 콩을 활용한 대체식품 생산기업에 원료 확보와 신제품 개발 등을 돕는다.
취약계층에게 기본적인 식품을 공급하기 위한 농식품바우처, 정부쌀 할인판매 등 농식품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특히 농식품바우처 사업은 대상 지역을 확대하기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행하고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민간 기업의 안정적인 해외 공급망 확보 지원=해외 공급망 확보에도 힘쓴다. 특히 곡물 엘리베이터 등 해외 곡물 유통시설을 올해 2곳에서 2027년 5곳으로 늘리도록 지원을 확대한다. 현재 포스코·팬오션이 각각 우크라이나와 미국에 곡물터미널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위해 500억원 규모에서 이차보전 방식으로 저리융자를 지원하는 사업을 내년 신규로 마련한다. 안정적인 투자 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농식품펀드를 신규 조성한다.
수입국 작황 부진과 수출 제한 조치 등에 대비해 민간 기업의 수입선을 다변화하기 위해 현지 상황을 사전 조사하는 등 지원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마련한다.
◆국제 협력 체계 구축=비상 상황에 안정적으로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간 양자·다자 협력체계도 구축한다. 곡물 수출국과 식량위기 상황에서 상호 협력체계를 마련해 밀·콩·옥수수 등에 수출제한 조치를 자제하도록 하고 사전에 통지하도록 한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다자간 경제협력체의 식량안보·공급망 논의에 적극 참여해 역내 국가간 협력도 강화한다. 현재 쌀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아세안+3 쌀 비축제(APTERR)’ 범위를 밀까지 확대한다. 내년엔 APTERR 제11차 위원회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된다.
공적개발원조(ODA) 등 농업과 관련한 기술·시설·장비 등을 지원해 국가간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비상 상황을 대비한 협력체계를 마련한다. 현지 진출 기업과 연계를 강화해 사업 효과성을 제고하고 해외농업자원개발이 진출하는 지역을 다변화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한다. 특히 ‘해외농업·산림자원 개발협력법’을 개정해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해외에서 확보한 곡물을 국내에 손쉽게 반입할 수 있도록 한다. 비상 때 반입명령 이행으로 생기는 사업자 손실을 보상하는 근거를 신설하는 것이다.
김정희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이번 대책에 포함된 다양한 정책 과제가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세부방안을 구체화하고 후속 입법 조치 등을 이행해 식량자급률 제고, 농지 보전 확대, 해외 유통망 확보 등 주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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