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숯가마에서 몸 화끈하게 지져볼까?
거센 불길 솟구치는 가마입구 주변
열기를 쬐려는 사람들로 ‘옹기종기
온몸 땀으로 범벅…가뿐하고 상쾌
하루 지나면 ‘꽃탕’ 체감온도 70℃
화로에 고구마 구워먹는 재미는 ‘덤’
올해 동장군 기세가 매섭다. 눈 소식은 예사고 휭휭 부는 칼바람에 뼛속까지 시리다. 온몸을 따끈하게 데워줄 무언가가 절실한 때다. 황토 숯가마 찜질로 이색 겨울나기를 즐겨보자.
찬 바람 부는 날 으스스 오한이 들 때, 괜스레 찌뿌드드해 기력이 떨어질 때 흔히 ‘몸을 지지고 싶다’는 말을 한다. 예부터 아궁이에 불을 지펴 구들을 데우는 온돌로 난방을 한 우리 민족은 뜨끈한 방바닥에 누워 피로를 푸는 것을 최고의 휴식으로 쳤다.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겨울에 그만한 호사가 어디 있을까.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주의보가 발효된 16일 찜질을 즐기러 경기 여주에 갔다.
강천면에 있는 자연촌리조트는 숯가마·펜션·캠핑장·수영장을 갖춘 3만3000㎡(1만평) 규모의 관광단지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숯가마다. 말 그대로 숯을 제조하는 시설로 충북 음성과 경북 안동에서 가져온 참나무 5∼6t을 넣고 5일 동안 불을 피워 질 좋은 참숯을 만든다. 완성된 숯을 뺀 후 숯가마는 관광객을 위한 ‘찜질방’으로 변신한다.
본격적인 체험을 하러 본관 3층에 올랐다. 황토가마 10기가 도열한 모습에 놀라기도 잠시, 솟아오르는 불길에 시선을 빼앗긴다. 홀린 듯 따라가니 주변은 열기를 쬐려고 모여 앉은 사람들로 벌써 만석이다.
가마에 불을 땐 지 닷새가 되면 입구를 열고 숯을 꺼낸다. 이때 입구 밖으로 거센 불길이 솟구쳐 오르는데 이 광경을 놓치지 않으려고 일부러 평일 이른 아침부터 방문하는 손님이 꽤 많다. 가마 밖에서 직접 화기를 느끼며 찜질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다. 활활 타오르는 불은 중심 온도가 최대 1500℃까지 오르며 전기로 작동하는 일반 찜질방에선 경험할 수 없는 기운을 내뿜는다. 이마를 시작으로 온몸에 땀이 배어 나오면 몸이 한결 가뿐하고 상쾌하다. 평상시 체온에서 1℃까지만 상승해도 면역력은 30% 강화된다. 더불어 신진대사도 원활해지니 찜질하며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겨울철 체력을 높일 수 있다.
숯이 모두 빠진 가마는 하루가 지나면 드디어 안으로 들어가 찜질을 할 수 있는 ‘꽃탕’이 된다. 이쯤 되면 내부 온도가 200℃에 이른다. 체감 온도는 70℃ 정도로 고수들이 즐기기에 알맞다. 들어가 앉으면 피부가 뻘겋게 달아오르는데 그 모습이 마치 꽃처럼 보인다고 해서 꽃탕이라 부른다. 조심스레 안쪽으로 들어가자 뜨끈한 공기가 얼굴을 덮친다. 뒤잇는 흙·나무 냄새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편안하게 해준다. 추위를 물리는 기운이 반가운 건 잠깐이고 금세 더워져 이마에 땀이 맺힌다. 목덜미까지 축축해져 밖으로 나오니 겨우 2분쯤 지났다. 잠깐 새 겨울에서 여름으로 건너간 기분이다.
숯가마 찜질은 1∼3분 정도 즐기다 밖으로 나와 충분히 숨을 돌린 후 다시 들어가기를 반복하는 편이 좋다.
임익수 자연촌리조트 상무는 “내부 온도가 높아 30초만 있어도 몸이 데워진다”면서 “억지로 오래 버티는 것보다 자주 들어갔다 나왔다 해야 혈액순환에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꽃탕이 버겁다면 그보다 온도가 낮은 가마를 이용하면 된다.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도 가마는 자연스레 식는다. 꽃탕은 다음날이면 내부 온도 150℃인 고온탕, 하루가 더 지나면 100℃ 중온탕, 나흘째가 되면 80℃ 저온탕이 된다. 자신에게 알맞은 온도를 찾아 등허리를 지지면서 한껏 찜질의 매력을 만끽하자. 저온탕은 이튿날 다시 참나무를 채우고 불을 지펴 숯가마로 쓴다.
어느 정도 땀을 뺐더니 출출해졌다. 숯가마 찜질방의 묘미는 갖가지 주전부리를 숯에 구워 먹는 재미다. 휴게실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화로가 있어 취향껏 음식을 챙겨와 자유롭게 요리해 먹을 수 있다. 감자·고구마·가래떡 을 구워 먹는 중수부터 스테인리스 공기를 가져와 국과 밥을 데워 먹는 고수도 있다. 빈손으로 와도 걱정은 없다. 매점에서 여주산 고구마를 판다.
단골손님인 봉애림씨(52·경기 과천) 선택은 토란과 하늘마다. 토란을 구우면 독성은 사라지고 감자처럼 담백하다고. 속이 노란 하늘마는 은근히 고소해 별미다. 봉씨가 화로 깊숙이 묻어둔 하늘마를 꺼내자 지나가던 손님이 은근슬쩍 옆자리에 앉아 말을 건다. 봉씨가 맛보라며 하나를 건네자 기다렸다는 듯 다른 사람도 판에 끼고 누군가 김치까지 꺼내온다. 음식을 나누며 마음의 온도까지 높이는 것도 숯가마 찜질방의 매력이다.
여주=지유리 기자, 사진=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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