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임영웅이 가수왕이면 불법인가

2022. 12. 2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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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문화평론가

얼마 전에 한국갤럽의 '2022년 올해를 빛낸 가수'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30대 이하에선 방탄소년단이 29.4%의 지지로 1위, 40대 이상에선 임영웅이 33.0% 지지로 1위를 차지했다고 나왔다. 그런데 내용을 자세히 보면 임영웅이 전체 1위로 추정된다.

30대 이하보다 40대 이상의 국민이 더 많은데 심지어 임영웅은 방탄소년단보다 지지율까지 높다. 여기까지만 따져도 임영웅이 산술적으로 전체 1위일 것이다. 게다가 임영웅은 30대 이하 선택에서도 5위에 올랐다. 30대 이하 10위권과 40대 이상 10위권에 동시에 이름을 올린 가수는 임영웅이 유일하다. 이것은 질적으로 따져도 임영웅이 전 세대의 지목을 받은 국민가수, 진정한 올해의 가수왕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것을 한국갤럽은 30대 이하 방탄소년단, 40대 이상 임영웅이라고 연령대를 쪼개서 발표했다. 임영웅이 2022 올해의 가수왕이라는 타이틀을 뺏긴 것 같은 모양새다.

원래부터 이랬던 것이 아니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2년 연속으로 방탄소년단이 올해를 빛낸 가수 1위였다. 그땐 연령대를 나누지 않았다. 아이유, 빅뱅,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도 1위에 올랐었다. 그렇게 계속 그해를 빛낸 가수를 발표했었는데 2020년부터 갑자기 연령대를 나눠서 발표했다. 전체 1위가 사라진 것이다.

2020년의 전체 1위는 임영웅일 가능성이 있었다. 당시 한국갤럽 조사에서 방탄소년단은 10대, 20대, 30대에서 1위를 하고 40대에서 3위에 올랐다. 모두 4항목의 순위에 오른 것이다. 반면에 임영웅은 40대, 50대, 60대 이상에서 1위를 하고 30대에서 2위, 20대에서 4위에 올랐다. 5항목이다. 방탄소년단보다 임영웅이 더 폭넓은 국민의 지지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발표는 전체 1위 임영웅이 아닌, 30대 이하 1위 방탄소년단, 40대 이상 1위 임영웅으로만 나왔다. 공교롭게도 임영웅이 1위일 것으로 추정되는 그 해부터 1위 발표를 멈춘 것이다. 당시 한국갤럽은 연령대를 쪼갠 이유를 '전체 연령대를 통합 집계하면 상대적으로 젊은이들의 트렌드가 잘 드러나지 않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 말은 '방탄소년단이 임영웅에게 묻히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함'이라고 해석됐다.

아이돌들이 1위를 했을 때는 다른 트렌드가 어떻게 되든 그냥 1위 발표가 나왔었는데, 왜 임영웅이 1위를 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자 갑자기 '잘 드러나지 않는 트렌드' 걱정이 시작됐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연령대를 나눌 때 나누더라도 그와 별개로 전체 1위만 추가로 발표해도 될 텐데 왜 유독 2020년부터 전체 1위가 사라졌을까? 임영웅은 가수왕이 되면 안 된다는 말인가? 이유가 궁금해진다.

트로트와 중년 이상 연령대에 대한 편견과 연관이 있어보인다. 임영웅은 트로트 가수가 아니지만 트로트 오디션 출신이라서 트로트 가수로 '묻지마' 치부돼왔다. 트로트 오디션 출신이므로 노래를 들를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는지, 임영웅이 트로트를 안 불러도 듣지도 않고 트로트 가수라고들 했다.

그러면서 트로트에 대한 편견을 임영웅에게 적용해 음악적으로 폄하하는 흐름이 있었다. 중년 이상 연령대 국민을 문화적으로 중하지 않게 보는 편견도 있어왔다. 이런 배경에서 임영웅이 방탄소년단 위로 올라갔다는 발표가 안 나온 것이 아닐까?

물론 정확한 속사정은 알 수 없지만 하필 2020년부터 연령대를 쪼갠 것이 이런 의심을 하게 만든다. 이유야 어찌됐건 연령대가 쪼개지면서 임영웅은 2020년과 올해, 두 번에 걸쳐 가수왕 타이틀을 놓친 것으로 추정된다. 30대 이하 방탄소년단 40대 이상 임영웅으로만 기억에 남게 됐다.

이것은 현재 다양한 연령대의 지지를 받는 국민가수인 임영웅의 위상을 인위적으로 축소시키는 일이다. 그가 40대 이상 국민만의 지지를 받는 것처럼 오인하도록 만든다.

그것이 중년층 이상 국민에 대한 문화적 편견과 결합하면 결국 임영웅에 대한 가치절하로 이어질 것이다. 젊은 세대가 임영웅에 대해 마음의 문을 닫는 분위기도 조장하게 된다. 또, 임영웅이 트로트 가수라는 편견도 강화한다. 그 결과 임영웅의 위상 확대를 가로막는 유리천장이 만들어진다.

아이돌은 1위하면 1위라고 나오는데, 임영웅은 왜 1위를 해도 1위라고 인정받기가 힘든 걸까? 희대의 국민가수가 됐어도 국민가수 소리를 제대로 못 듣는 사람은 임영웅이 처음인 것 같다. 내년엔 분위기가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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