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수연 “받은 사랑 환원하는 음악가 될 것”

이강은 2022. 12. 27. 18: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호아트홀 2023년 상주음악가로 ‘그림과 음악’ 주제 공연 기획
“음악가로서 감사한 점이 있어요. 무대에 오르고 여러 나라를 오가며 만남을 많이 갖는데 소중한 인연이 되기도 합니다. 또 잘 알지 못하는 분들(청중)이지만 제가 들려주는 음악을 사랑해 주시는 게 정말 감사해요. 제게 과분한 일이고 받은 사랑을 환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피아니스트 김수연. 금호문화재단 제공
인생 모토(신조)가 ‘감사’라고 한 피아니스트 김수연(28)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연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음악가로서의 궁극적 목표다. 금호아트홀의 2023년 ‘상주음악가(상주예술가·Resident Artist)’로 선정된 것을 기념한 이날 간담회에서 김수연은 “특별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특히 저 같은 젊은 음악가가 한 해에 여러 번 무대를 갖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라며 “많은 책임감을 느끼지만, 열심히 준비해서 최대한 즐겨보고 싶다”고 말했다.
전 세계 유수의 미술관, 공연장이나 오케스트라에서 운영하는 상주예술가 제도는 일정 기간 해당 예술가 자신이 펼치고 싶은 예술 세계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금호문화재단은 2013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를 도입한 뒤 해마다 30세 이하 젊은 연주자 중 한 명을 선정해 연간 4~5차례 기획공연 무대를 제공하고 있다. 앞서 피아니스트 김다솔을 시작으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2016),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018)·조진주(2015), 첼리스트 문태국(2017), 클라리네티스트 김한(2021) 등이 금호아트홀 상주음악로 활동했다. 
김수연은 다음 달 5일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를 포함해 내년에 총 다섯 차례 기획공연을 선보인다.
주제는 ‘화음 畵音 : 그림과 음악’이다. 시각적이고 직관적인 그림의 요소들을 접목해 음악의 전달력을 높이고, 상주음악가로서 맞는 한 해를 그리고 색을 입혀 멋진 ‘작품’으로 완성시켜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고 한다. 1월 5일 신년음악회 ‘스케치’에 이어 ‘블렌딩’(4월 27일), ‘명암’(8월 31일), ‘필리아(Philia): 모차르트’(9월 7일), ‘콜라주 파티’(12월 7일) 무대를 통해 피아노 독주부터 성악가와의 이중주, 피아노 오중주 등 다채롭게 편성한 연주회를 직접 기획해 다양한 음악적 색깔을 보여줄 계획이다. 그는 “음악은 소리와 청각에 의한 것이라 다른 예술처럼 보거나 읽을 수 없다. 들리는 것을 보이는 것처럼 연주하려면 직관적이고 전달력이 커야 한다”며 “보이듯이 음악을 하고 싶어 미술적인 요소를 접목했고 청중들에게 더 잘 전달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수연은 상주음악가 첫 무대로 설계한 ‘스케치’ 공연에서 △바흐 칸타타 ‘예수, 인간소망의 기쁨’(마이러 헤스 편곡), 프랑스 모음곡 제5번 G장조 △모차르트 아다지오 b단조 △프랑크 프렐류드, 코랄 그리고 푸가 △쇼팽 2개의 야상곡, 피아노 소나타 제3번 b단조를 들려준다.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어 특별히 첫 곡으로 바흐 칸타타 ‘예수, 인간소망의 기쁨’을 선정했어요. 프랑스 조곡 5번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듯한 느낌이 들어 연이어 연주하도록 구성했습니다. 그 다음 모차르트의 아다지오는 주제가 ‘스케치’인 만큼 저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는 모차르트의 곡을 선정했어요. 이 곡은 모차르트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작곡된 곡으로 추정되는 만큼 보통의 모차르트 작품과 달리 가슴이 아리는 듯한 느낌을 주고, (저도) 많은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프랑크 곡은 어둡고 복잡한 곡인데, 오르간 소리에 영감을 받아 후회와 탄식이 가득한 상황에서도 뚫고 나가는 의지를 담았다는 점에서 신년음악회에 (어울릴 것 같아) 선곡했습니다. 마지막 쇼팽은 (내향적이고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저와 잘 맞고 오랫동안 공부한 곡이어서 선곡했어요.”

그는 상주음악가 프로그램을 통해 기대하는 바로 “제 (연주) 레퍼토리가 더 넓어지고, 잘 마치면 다른 연주를 했을 때보다 더 큰 성취감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5살에 피아노를 시작한 김수연은 10살 때 금호영재콘서트에 데뷔했고, 예원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쳐 19살 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로 유학가 학·석사 및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지난해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준결선에 진출한 데 이어, 캐나다 몬트리올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열린 세계적 권위의 콩쿠르에서 거둔 성과라 주목받았다. 
“팬데믹 때문에 몬트리올 콩쿠르가 온라인으로 열려 둘 다 출전할 수 있었어요. 원래 하나만 나가려 했는데 스승님(모차르테움 국립음대 파벨 길릴로프 교수)이 당연히 둘 다 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셨어요. 앞으로 콘서트 피아니스트로 살려면 더 심한 스케줄도 소화해야 하는데 미리 경험하는 게 좋다고 말이죠.”

다만, 더 이상 콩쿠르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란 뜻을 내비쳤다.  “(그동안) 콩쿠르를 통해 많이 성장하기도 했지만 ‘더 이상 콩쿠르에 나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 후 자유로움과 음악적 풍요로움을 많이 느꼈다”고 하면서다. 

스승인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이자 음악교육가인 길릴로프에 대해 김수연은 “선생님은 제게 ‘음악의 아버지’와 같다. 항상 ‘피아니스트가 아닌 음악가가 되라’고 말씀하신다”며 “피아노라는 악기를 잘 다루고 잘 치는 것보다 음악을 바라보길 원하셔셔 테크닉적인 면보다 음악 자체와 악보를 바라보는 것을 많이 배웠다”고 했다.

길릴로프는 제자 김수연을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청중들을 사로잡으며 청중과 연결된 음악가”라고 극찬한 바 있다. 이에 김수연은 과찬이라면서도 “조명이 어두워 관객분들이 보이지 않을 때도 연주 사이사이 여백 속에서 관객의 숨소리와 기운이 느껴진다”면서 “관객 분들이 집중해 들어주시면 힘이 난다. 연주자로서는 보석 같은 순간들”이라며 청중과 호흡하는 연주자가 되겠다고 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