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눈 오는 밤 발자국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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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낯선 곳에서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점점 나 있는 쪽으로 가까워지는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면 조금은 두려울 겁니다.
그런데 똑같은 상황이더라도 눈 내린 밤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 그 소리는 달콤하게도 느껴지면서 자장가 같기도 할 겁니다.
황인숙 시인의 신작 시집에 수록된 <밤의 발자국> 은 저녁 눈이 내리는 놀이터 풍경이 펼쳐집니다. 밤의>
시인은 눈이 쌓이기 시작한 그곳에서 고양이 발자국을 보고는 '눈을 많이 기다렸을 거라는 상상'을 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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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낯선 곳에서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점점 나 있는 쪽으로 가까워지는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면 조금은 두려울 겁니다. 그런데 똑같은 상황이더라도 눈 내린 밤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 그 소리는 달콤하게도 느껴지면서 자장가 같기도 할 겁니다. 그렇게 눈은 세상에 쌓여 살포시 많은 것을 다르게 바꿔놓습니다.
눈이 꽤 많이 왔습니다. 저도 눈을 보려고 휴대전화가 알려주는 날씨 예보를 따라 기차를 탔고 목적지에 도착해 하염없이 역사에 서서 눈을 바라보다 돌아왔답니다.
황인숙 시인의 신작 시집에 수록된 <밤의 발자국>은 저녁 눈이 내리는 놀이터 풍경이 펼쳐집니다. 시인은 눈이 쌓이기 시작한 그곳에서 고양이 발자국을 보고는 ‘눈을 많이 기다렸을 거라는 상상’을 펼칩니다.
어디선가 본, 이 시에 겹쳐지는 사진 하나가 있습니다. 고양이 발자국만 찍힌 사진인데 고양이가 갔다가 되돌아온 발자국을 눈으로 따라가보면 눈을 뭉쳐서 만든 오리 몇마리가 있습니다. 고양이도 오리를 기다렸던 것일까요?
황인숙 시인의 시처럼 고양이가 눈을 기다리는 계절입니다. 나도 고양이처럼 눈을 기다리느라 전국의 일기예보를 들춥니다.
며칠 전 울산의 작은 책방에서 독자들을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독자가 나에게 질문을 하던 중에 손을 번쩍 들어 내 뒤쪽을 가리키더니 소리쳤습니다. “아, 밖에 눈 와요.”
눈이 오지 않는 도시로 유명한 울산에서 책방 불빛에 비친 눈발을 봤습니다. 성탄을 기다리는 마음 위로 눈이 내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 건 저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이병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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