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세계경제 불확실성과 농업, 그리고 축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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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을 펼쳐 들 때 경제·국제면을 보기가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러나 최근 물가 불안은 자연재해가 초래된 예측 불가능성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이 인간이 발생시킨 지정학적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더욱 커지고 있다.
역병이 돌 때는 기저질환이 있는 허약한 사람이 먼저 타격을 받듯 최근의 고물가·고금리 충격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농업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기술적 시장지배력을 갖지 못한 한계 수준의 산업과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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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고금리 ‘충격’
한국경제 불안정성 엄습
취약층 농업계 대비 필요
우리 기술력 보여줄 시기
위기 아닌 기회 될수있어
요즘 신문을 펼쳐 들 때 경제·국제면을 보기가 마음이 편치 않다. 돌이켜보면 언제 마음 편히 신문을 본 적이 있었던가 싶지만, 최근 들어 특히 더 불편한 이유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뒷받침한다.
근래 한국경제뿐만 아니라 세계경제가 40년 만에 처음 겪는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현상은 1970년대에 겪었던 두 차례 석유파동 때 경험한 수준을 넘어서는 고물가·저성장의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세계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세계경제의 최대 화두인 인플레이션을 측정할 때 변동성이 큰 에너지·농산물 가격을 제외한 소위 근원물가 상승률 지표를 자주 활용했다. 그만큼 농산물 수급에는 자연재해·이상기후 같은 예측 불가능한 요인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물가 불안은 자연재해가 초래된 예측 불가능성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이 인간이 발생시킨 지정학적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더욱 커지고 있다. 또 이 전쟁통에 농업에 중요한 생산 요소인 비료 공급이 국제적으로 불확실해지면서 자연재해보다 더 큰 농산물 공급의 불안정성 요인이 되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금 전세계를 뒤덮고 있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의 출발점은 미국이다.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수준으로 확산되는 동안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상회하는 현금성 긴급지원금을 살포해 자국민들이 전대미문의 현금구매력을 갖게 했다.
그 결과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요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공급망이 붕괴돼 발생한 공급 부족과 겹치며 지난 40년간 보지 못했던 물가상승을 초래했다.
8%를 상회하는 고물가를 경험하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0.25%에서 4.5%로 인상하는 초고속 금리인상 조치를 단행해 전세계 금리인상을 촉발했다.
이처럼 가파른 미국의 금리인상 조치에 따라 한국은행도 한미간 금리역조 현상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본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금리를 올렸다. 그럼에도 미국 기준금리(4.5%)가 한국 기준금리(3.25%)보다 1.25%포인트나 높은 상태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수준이 한국보다 높은 금리역조 상태라면 투기를 목적으로 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겠지만 현재까지는 한국의 자본수익률이 미국보다는 높을 것이라는 기대심리 덕분에 외환 유출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최근 상황과 같이 대외적인 불안정성이 한국경제를 엄습한다면 그동안 가장 불확실성에 크게 노출돼 막대한 피해를 받았던 농업과 축산업계는 과거의 피해를 반복하지 않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묘책은 처음부터 없었으며 과거 우리 선조 때부터 강조했지만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유일한 근본 대책이다. 역병이 돌 때는 기저질환이 있는 허약한 사람이 먼저 타격을 받듯 최근의 고물가·고금리 충격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농업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기술적 시장지배력을 갖지 못한 한계 수준의 산업과 기업이다.
‘우리 것이 최고’라는 믿음에 기반해 단지 ‘Produced in Korea(한국에서 생산된)’가 우리 농산물과 축산물의 판로를 담보하던 호시절은 끝났다. 한국산 농축산물이 미국·일본·유럽연합(EU)보다 왜 뛰어난지 기술력을 보여줄 때다.
작금의 경제위기가 우리 농업에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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