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 논란` 중심에 선 김경수… 친문계 결집 구심점 될까
복권 없는 사면… 정치활동 제한
文 수사 확대에 독자노선 힘들듯
이재명 사법 리스크속 역할 촉각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새해 특별사면 대상에 이름을 올린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당에서 어떤 역할을 할 지 주목된다. 현재 당 내부에서는 구심점이 없었던 친문(친문재인)계가 김 전 지사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등 영향력을 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검찰 수사가 문재인 정부까지 확대되는 것을 계기로 '단일대오' 전선이 형성되고 있는 만큼 독자 노선을 걷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7일 민주당 일각에 따르면, 당 내부 친문(친문재인)계 의원들은 김 전 지사의 사면을 기다리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심화되면서 친명으로부터 당내 헤게모니를 다시 가져오기 위해서다. 고상진 데이터정경연구원 연구실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강화되면서 친문계 일각에선 김 전 지사를 다시 구심점으로 내세우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는 설이 돌긴 했다"며 "물론 사면을 전제로 했던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이 이 대표에게 소환까지 통보한 상황에서 권력을 지키려는 친명(친이재명)계와 권력을 다시 쟁취하려는 비명(비이재명)계 일원들의 물밑 싸움도 감지된다"고 전했다. 친문 적자로 꼽히는 김 전 지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험지'로 꼽히는 경남에서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에 연달아 당선되며 일약 대선주자로 급부상했었다. 이로 인해 당시 위상을 기반으로 김 전 지사가 세가 약해진 친문 세력을 재결집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친문계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4.0연구원도 활동을 재개했다.
그러나 복권 없이 사면만 이뤄진 김 전 지사의 정치활동이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김 전 지사는 2028년 5월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돼 2024년 총선과 2027년 대선 등에는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또 검찰이 이 대표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 대한 수사도 확대하고 있는 만큼 당니 하나로 뭉쳐서 대응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해 친문계가 이 대표와 각을 세우거나 별도 노선을 구축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현재까지 이 대표가 2024년 22대 총선 공천권을 쥐고 있는 현실과도 무관치 않다. 이로 인해 친문계와 친명계가 대립각을 세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김 전지사의 사면에 대한 평가도 갈리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부적절한 끼워넣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사면 불원서를 제출한 김 전 지사를 끌어들여 사면한 것은 황당하다"며 "10년 이상, 형이 남은 범죄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곧 만기 출소를 앞둔 김 전 지사를 같은 무게로 퉁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복권도 없이 겨우 5개월 남은 김경수 전 지사의 형을 면제했다고 어떻게 감히 '국민통합'을 입에 담을 수가 있느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친구 김경수를 만나러 가는 길이 이토록 참담할 지는 차마 생각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미납한 벌금 82억원이 면제된 것도 논란 거리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통합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통합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통합에 대한 대통령의 결단을 구태 정치 시각으로 보는 민주당이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당 출신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노동계, 시민단체 등 소위 내 식구 중심으로 사면을 강행하는 게 자신들이 말하는 올바른 사면이라는 것인가"라며 "사면에 정치가 있을 수 없다. 갈등을 벗고 통합을 지향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을 구태 정치로 더럽히지 말라"고 강조했다.
다만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한 방송에 나와 김 전 지사의 피선거권을 제한한 조치를 당연하다고 규정했다.
성 의장은 이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구성하고 국가를 구성하는 선거 자체를 부정했던 사람을, 여론을 조작했던 사람을 어떻게 복권을 할 수가 있겠냐"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28일 0시 마산교도소 정문을 통해 출소, 감사인사를 지지자들에게 전할 예정이다. 이어 인근 숙소에서 묵은 후 28일 오전 10시께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이후는 가족과 개인 일정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김세희·한기호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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