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현의 테크와 사람]<18>초긴축 시대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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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려온다.
계획도 소문도 없이 기습 시행된 명예퇴직과 구조조정으로 하루아침에 백수가 된 사람이 늘어 간다.
연구년을 곧 마치는 동료 학자는 자신과 같은 상황에 놓인 학자를 위한 시를 지어 달라고 챗지피티에 요구했다가 마치 사람이 지은 듯한, 꽤 잘 지어진 시를 받아 들고 놀라워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소통 능력만큼이나 AI 취향을 저격할 최적의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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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려온다. 계획도 소문도 없이 기습 시행된 명예퇴직과 구조조정으로 하루아침에 백수가 된 사람이 늘어 간다. '영끌' 대출로 코인·주식·아파트를 구입했다 코인도 아파트도 모두 급락하고, 매달 부담해야 하는 이자율은 두 자릿수에 근접하고 있다. 연료비도 오르고 있으며, 배달 음식에 드는 비용을 아끼려고 식료품을 사러 들른 슈퍼마켓에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비싼 가격표가 붙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내년에 더 나아질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낙관조차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모든 변화는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누가 언제 어떻게 희생자가 될지 예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제 기존의 라이프스타일을 재점검할 때가 왔다. 아직 쓰나미를 맞지 않았다고 해서 먼바다에서 다가오는 집채만 한 파도가 나를, 우리 가족을 비껴갈 것이라는 낙관의 여지는 조금도 없다. 필요 없는 씀씀이는 바로 오늘 줄이고, 지출에는 우선순위를 매기고, 당장 들어가는 크고 작은 지출에는 '이게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지를 붙여 보자.
이러한 긴축 와중에도 우리에게는 초격차를 두지 못하면 도태하는 안타까운 현실과 더불어 더 안타까울 미래가 있다. 암울한 미래에 대비해서 꼭 필요한 역량이 있다. 바로 인공지능(AI)과의 협업과 경쟁 역량이다. 챗지피티(ChatGPT)라는 새로운 AI에는 인간에게만 있을 것으로 추정돼 온 탁월한 문맥 인식 능력이 있다. 연구년을 곧 마치는 동료 학자는 자신과 같은 상황에 놓인 학자를 위한 시를 지어 달라고 챗지피티에 요구했다가 마치 사람이 지은 듯한, 꽤 잘 지어진 시를 받아 들고 놀라워하고 있다.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어느 문과생은 자신이 작성한 프로그램을 수정해 달라고 했다가 자기 교수보다 훨씬 자상하고 이해가 쉬운 답변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앞으로는 이사할 날짜를 택일하는 것부터 청년 진로 상담은 물론 취미나 전공 강의까지 줄줄이 AI에 의존할 때가 오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소통 능력만큼이나 AI 취향을 저격할 최적의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온다.
결국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자기만의 전문 영역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결국 AI와의 협업에서는 전문성이 준비된 인간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전문 지식이 있으면 전문적 질문이 가능하다. 특정 영역에서 상식 수준 또는 그 이하의 지식만 있다면 AI에 묻기는커녕 오히려 전문성의 기초가 되는 지식을 배우느라 시간을 다 소모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꼭 대학에 의존하지 않아도 온라인에 넘쳐나는 다양한 지식을 통해 전문성을 다질 수 있다. 거기에 인턴 등을 통한 실무 경력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탄탄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류의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을 이해할 인문 교양도 필수다. 둘째 데이터리터러시 또는 A리터러시를 길러야 한다. 이제 온라인에서 물건을 사는 행동 하나에도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생겨나는 시대다. 그러한 데이터는 실시간 집적되고 분석된다. 그러나 그렇게 분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인간이다. 데이터에 압도되지 않고, 데이터에 숨어 있는 통찰까지 뽑아낼 수 있는 사람이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이다. AI에 최대한·최선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AI 작동원리를 알아야 한다. 기계학습이나 딥러닝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는 엄청난 격차가 생길 것이다. 초긴축 시대의 생존은 정말 만만치 않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alohakim@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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