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부동산]③ 급락한 수도권서 선방한 이천·평택·안성 비결은… “반도체의 힘”

오은선 기자 2022. 12. 27. 18: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은 올 한해 집값이 가장 가파르게 떨어졌다. 지난해 급격하게 올랐던 서울 외곽과 경기·인천 지역은 이제 ‘오른 것 보다 더 빠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수원 영통과 광명, 인천 연수구와 서구 등 올 한 해만 10% 이상 내린 곳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일부 지역은 집값이 조금만 내리거나 심지어 오르기도 했다. 이천과 평택, 안성 등 반도체 산업이 자리한 곳들이 대표적이다. 다만 금리 인상에 대한 압박이 점점 커지면서 최근에는 이런 도시들도 모두 하락 폭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가격 하락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뉴스1

◇ 급락한 수도권… GTX 효과 등 그대로 ‘반납’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12월 셋째 주까지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8.28% 하락했다. 서울이 6.51%, 지방이 4.79% 각각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하락 폭이 크다.

시군구 기준으로 수도권에서 하락 폭이 컸던 곳은 수원 영통(-14.21%)과 광명(-13.95%) 등이다. 이 밖에 과천(-10.20%), 안양동안(-11.48%), 의왕(-13.80%), 화성(-12.43%), 오산(-11.34%), 남양주(-10.24%), 양주(-12.32%), 인천연수(-13.64%), 인천남동(-10.80%), 인천서(-11.85%) 등도 두자릿수 하락 폭을 기록했다.

올해 아파트 가격의 급락과 매수세 위축의 원인은 기준금리 인상, 경기위축 우려, 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 우려 등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수도권 지역이 다른 지방보다 더 급락한 데에는 단연 지난해 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이 배경에 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 팀장은 “올해 아파트 가격 흐름을 보면 2021년 가격이 많이 올랐던 지역을 중심으로 빠지고 있다”면서 “대표적인 곳이 2021년 가장 많이 오른 인천이고, 의왕이나 광명 안양 등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호재를 타고 급등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1년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도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지난해 서울은 6.58% 오르는데 그쳤지만, 경기도는 20.76% 상승했고, 인천은 22.56% 폭등했다. 의왕(38.56%), 안양동안(33.81%), 인천연수(33.11%) 등도 3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천시, 올해 수도권서 유일한 아파트값 ‘상승’ 지역

반면 올해 선방한 지역도 있다. 이천 아파트값은 하락하기는커녕 12월 셋째 주까지 5.87% 올랐다. 안성(-1.79%), 평택(-3.62%) 등도 하락 폭이 작았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반도체 공장을 품은 수도권 지역들이라는 점이다.

이천시에는 SK하이닉스 본사가 위치해 있다. 이천 SK하이닉스에 근무하는 직원만 3만명에 달한다. 상반기부터 이천은 신고가 거래가 줄을 이으며 집값 상승률 전국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상반기까지는 ‘수도권에서 얼마 남지 않은 비규제지역’이라는 점도 상승세에 한 몫 했다.

평택시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있다. 반도체 업계의 ‘직주근접’ 수요를 타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위치한 고덕신도시 등에 외지인 투자까지 불러들이면서 집값 하방 방어력을 키웠다. 최근엔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상승을 꾸준히 이어온 지역이다. 안성 역시 반도체 후공정 업체가 모여있는 곳으로, 인근인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면서 관련 기업 입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천과 평택은 직주근접의 영향이 가장 큰데,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면 도로가 확장되고 도시가 커지는 효과가 모두 집값에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뉴스1

◇내년에도 수도권 부동산 시장 여전히 ‘먹구름’

이들 도시의 하방 방어력이 작동했던 이유는 그만큼 급등한 지역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게다가 이들 지역은 최근들어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2월 3주 한 주 기준으로 보면 이천은 0.38%, 평택은 0.44%, 안성은 0.57% 빠졌다. 내년까지 계속될 가격 하락을 피하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임 팀장은 “반도체 회사 기반인 지역이라는 점의 영향이 하방 방어력으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많이 오르지 않은 지역이라 떨어지는 속도도 더딘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전체 부동산 시장 역시 내년 전망은 암울하다. 내년에도 부동산 시장 전반에 고금리의 영향이 상당 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수도권 시장의 하락폭이 매우 컸기 때문에 하락폭 자체는 올해보다 작아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올해 매매가격이 2021년에 비해 수도권은 2.5%, 지방은 1% 하락하고, 내년에는 수도권과 지방이 각각 2%, 3% 떨어질 것으로 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현재는 수도권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아파트 시장이 하락 장이기 때문에 일부 지역이 특정 시기에 소폭 가격이 오른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상승으로 전환했다거나 오를것이라고 보긴 어렵다”면서 “수도권에 아직 공급이 많은 지역들이 있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