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꼭 해야 합니까?... 확 바뀐 미혼남녀 결혼관

홍예지 2022. 12. 2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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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 35% "돈 없어 결혼 안해"
女 15% "결혼 필요 못 느껴"
10명 중 7명 "동거 가능하다"
"가사는 공평하게 분담" 65%

결혼과 가족에 대한 우리 사회 분위기가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 미혼 남녀 가운데 결혼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0명 중 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 여성이 미혼 남성보다 결혼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또 연령대가 낮을수록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는 답변이 많아졌다. 이미 바닥인 우리나라 출산율이 더욱 낮아질 공산이 크다. 대신 과거 터부시 하던 동거에 대한 생각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결혼하지 않고 같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인구의 65% 이상으로 늘었다. 이혼이나 재혼에 대한 인식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최근 통계청의 '2022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우리나라 미혼 남녀 가운데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비중이 미혼 남성은 36.9%, 미혼 여성은 22.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반드시 해야 한다'와 '하는 것이 좋다'를 합한 수치다.

미혼 남녀는 결혼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달랐다. 미혼 남성의 경우 '결혼 자금이 부족해서(35.4%)'가 1위였다. 이어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15.2%)' '고용상태가 불안정해서(13.4%)' '결혼하고 싶은 상대를 만나지 못해서(11.3%)'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혼 여성은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23.3%)'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결혼자금이 부족해서(22%)' '출산과 양육이 부담돼서(12.5%)' '결혼하고싶은 상대를 만나지 못해서(11.9%)' 순으로 나타났다.

36세 미혼 남성인 A씨는 "집 전세대출 이자에 결혼에 드는 각종 비용을 생각하면 아찔하다"면서 "결혼을 하고싶긴 하지만 자금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연령대가 낮을수록 적었다. 13~19세는 29.1%만이 결혼을 해야한다고 답해 그 비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20~29세는 35.1%, 30~39세 40.6%, 40~49세 42.3%, 50~59세 52.8% 등이었고, 60세 이상은 71.6%에 달했다.

우리 사회의 눈에 띄는 변화는 '동거'에 대한 인식이다. 10명 중 7명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같이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동거 중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인구 10명 중 3명으로 조사됐다.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65.2%로 2년 전보다 5.5%p 증가했다. 불과 10년 전인 2012년엔 45.9%에 불과했지만 해마다 늘더니 올해 처음 60%가 넘는 '동의' 답변이 나온 것이다.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34.7%로 2년 전보다 4.0%p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2012년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2년 째 동거 중이라는 B씨는 "결혼을 할 생각이긴 하지만 집 문제 등으로 동거를 하고 있다"면서 "서양은 동거하면서 아이를 낳는 경우도 흔하고 우리나라 인식도 점점 바뀌어 가는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혼이나 재혼에 대한 생각도 달라지고 있다. 이혼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중은 49.2%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이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27.1%로 감소하는 추세다.

재혼에 대해서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의견이 67.5%로 2년 전보다 2.6%p 증가한 반면, 하지 말아야 한다(14.9%)고 생각하는 비중은 2년 전보다 각각 2.4%p 줄었다.

우리 사회에서 출산과 양육 등 가사 분담과 관련해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포착됐다. 우리나라 인구 10명 중 6명은 가사 분담을 공평하게 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었지만 현실은 10명 중 2명만이 공평하게 분담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가사 분담이 여성의 몫인 것이다.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64.7%로 2년 전보다 2.2%p 증가했다. 그러나 실태를 살펴보면 실제로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하는 경우는 20% 남짓 수준이고, 아내가 주도하는 경우가 약 75%에 달했다. 남편이 주도한다는 답변은 3~4%에 그쳤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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