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미국 핵무기 제주 배치’ 제시···지역 강력 반발 불러

손봉석 기자 2022. 12. 2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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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자료사진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이하 북핵특위)가 북핵 대응 전략이라며 한반도에 미국 핵무기를 배치할 경우 제주가 최적이라는 내용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제주 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다.

국민의힘 북핵특위는 사전검토용 ‘총력북핵 대응전략’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 공격 임박 시 미 핵무기의 한반도 전진 배치 추진’, ‘한국 배치 시에는 제주도가 최적’, ‘상황이 악화할 경우 제주도를 전략 도서화하는 문제도 검토 필요’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27일 제주도청에서 언론과 회견을 갖고 “국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의 대응 전략은 세계평화의 섬 제주를 전략적인 핵 배치 요충지로 만들겠다는 내용”이라며 “제주를 아예 군사기지 섬으로 만드는, 제주인의 자존심을 짓밟는 무책임한 방안이 여당 내에서 논의돼 왔다”고 비판했다.

오 지사는 “평화의 섬 제주에 핵 배치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며 “도민과 제주를 사랑하는 분들을 대신해 보고서를 당장 폐기할 것을 정부와 여당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제2공항이 군사공항으로 활용된다면 건설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제주 출신 국회의원들도 국민의힘을 규탄했다. 위성곤(서귀포시)·송재호(제주시갑)·김한규(제주시을) 의원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 “제주에 전술핵무기 배치를 거론하며 제주를 핵전쟁의 본거지로 삼겠다는 국민의힘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민의힘의 생각 속에 제주는 단지 자신들의 허황한 정치의식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며 “평화와 인권의 상징인 섬 제주에 제멋대로 핵전쟁의 방아쇠를 놓겠다는 구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의당 제주도당도 논평을 내고 “집권 여당의 특위 보고서는 제주도를 한낱 군사적 전략기지로 대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 규탄했다.

또 “국민의힘은 진정 ‘평화의 섬’ 제주를 ‘전쟁의 섬’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냐”며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국민과 제주도민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와 집권 여당은 부디 제주도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지금의 작태를 당장 멈추라”고 경고했다.

한편 국민의힘 ‘총력북핵 대응전략’ 보고서에는 ‘제주도에 미 전략폭격기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 건설 및 핵무기 임시 저장시설 구축 검토(제주 신공항 건설 시 이를 고려해 추진)’ 등 내용도 포함했다.

지난 10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북핵특위의 ‘북핵위기대응세미나’에서는 “제주도에 향후 핵전력을 운용할 전략군과 해병 제3사단을 창설하고 기지방어사령부, 스텔스비행단, 제2미사일사령부, 제2잠수함사령부, 제2기동함대사령부 등을 설치하자”는 제언도 나왔다.

미국 핵무기 제주 배치 검토는 국민의힘 북핵특위 최종 보고서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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